집콕 생활 그리고 나

나에게만 허락된시. 공간

by By Grace



“단순히 먹고사는 거 말고 더 나은 삶은 어때?”


유난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가파르게 느껴지는 늦은 밤이었다. 출퇴근으로 이동하는 번거로움이 싫어 코로나-19 이전부터 1층은 사무실로. 2층은 주거공간으로 사용해왔기에 비대면 재택근무의 집 콕 생활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쪼개며 일정을 처리하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고 주말도 없는 일의 노예가 되어 이 시기가 지나면 좋아지겠 지라며 버티는 일상에서 점점‘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하는 의문이 생겼다. 분명 내가 원하는 건 생존보다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이었는데 그저 근근이 버티는 생활에 젖어가고 있는 나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피곤함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누운 채로 블로그를 검색하다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을 발견했다.


“새벽에 배달되는 글 감으로 자신의 글을 써주세요.”

순간 머릿속에서 감성 세포들이 퐁퐁 터지는 축포 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새벽. 굳이 따지면 나는 아침형보다는 올빼미 형에 가까운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었지만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는 새벽 활동을 늘 동경하고 있었는데 ‘새벽의 글 감 배달’이란 말은 나를 자극하는데 충분히 향기로웠기에 서둘러 신청을 했다. 드디어 글 감 배달 지기와 글벗들을 랜 선으로 만나기로 한 당일. 새벽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신기한 아침을 맞게 되었다. 풀메이크업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시간에 엄마라는 공통점으로 시작된 글벗들은 나이도 달랐고 사는 곳도 달랐지만 새벽을 깨우려는 열정은 나와 다르지 않아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찾고 싶어 했고 아이와 자신의 꿈을 책 읽기와 글쓰기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추억과 낭만으로 작품 완성하다

매일 새벽에 배달되는 글 감은 나를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했는데 그 속에는 추억도 있었고 낭만도 있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편안하게 나를 다듬을 수 있던 나만의 시공간은 너무나 값지고 소중했다. 어느덧 3주 동안 배달된 글 감으로 새벽에 일어나서 움직이는 루틴을 나의 하루 스케줄에 삽입하게 되었고, 책에 가까워지고 글에 가까워진 나를 만들어 14개의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4주 동안 랜 선에서 만난 벗들은 또 다른 작가들의 공간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모임을 끝냈고 나만의 목표였던 새벽을 맞이하겠다는 미션도 성공했다.


나에게만 허락된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어김없이 새벽 5시면 눈을 뜨고 하루 중 나에게 허락된 자유로운 시간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 생겼다. 새벽에는 유난히 소리가 선명하다. 가스레인지에서 폭폭 거리는 물 끓는 주전자 소리가 뜨겁게 들리고 책갈피 넘기는 소리는 손에 베일 것 같이 사각 거린다.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틈틈이 써놓은 글을 정리하며 쌓아둔 책들을 읽는다. 이따금씩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필사를 해두기도 한다.. 물론 향 좋은 원두커피를 내리는 시간도 충분하다.



출처: unsplash


단지 새벽에 일어나 자박 거리는 움직임 만으로도 여태 지내왔던 것과 다른 맛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게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더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도서관에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북 카페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도 들다가 가끔은 덤으로 장미향 바쓰 볼을 던져놓은 욕조에 몸을 담그는 호사를 누리는 자유로운 나만의 집 콕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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