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항에 내렸다
김포에 불던 서늘한 공기완 다른
제주의 습기를 머금은
푸근한 공기가 불어온다
기념으로 찰칵
렌터카를 빌려타고 달린다
창문 옆으론 흙빛 서해완 다른
제주의 티없이 맑은
파란 바다가 멀리서도 선히 보인다
기념으로 찰칵
유명한 꽈배기를 입에 물고
애월 해안도로에 도착했다
푸른 바다와는 달리 하늘은 잿빛이다
오랜만에 제주여행은 분명 행복했지만
잿빛하늘과 같이 무언가 쌔한 기분이 감돌았다
그럼에도 즐거우니 찰칵
제주도라면 가봐야할 오름을 향한다
이게 뭐람
빗방울이 떨어진다
역시나 아까 쌔할 때 숙소로 들어갔어야 했다
꼬였다
단단히 꼬였다
난 이때 모든 걸 되돌려야 했다
필름을 감았어야 했다
멈추지 못한 여행은 꾸역꾸역 지나갔다
마지막 날까지 행복하다고 주문을 걸며 여행을 마쳤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추억을 되새기고자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열었다
그러나 거기엔 아무도 없고 제주도의 풍경만 있었다
네가 분명 서있던 그곳에 너는 없고 풍경만 남았다
필름을 감았다
이미 햇빛을 받은 쓰지 못하는 필름을 감았다
늦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져본다
역시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놓쳐버린 후 내가 그리워한 필름엔
아무런 흔적도 풍경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 기억에 현상된 나날은 선명한데
사진 속엔 하얗게 타버린 그날의 흔적만이
내게 그만하라고 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