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 Kyron Nov 08. 2021

달이 돌아버리면

내가 살던 달의 뒷면

2043년 1월 25일


2042년 갑자기 지구와 달 사이의 중력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면서 달의 자전주기가 틀어졌다. 그래서 1년마다 조금씩 달의 뒷면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2047년 설날 즈음엔 완전한 달의 뒷면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달의 자전 주기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1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서서히 엇나간 차이가 쌓이고 쌓인 후에 그제서야 체감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거진 30만명이 살고 있는 이 곳 도시를 통째로 다른 곳을 옮기기엔 4년이란 시간은 너무나 촉박했다.


2045년 2월 19일


 2년동안 마을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구와 먼저 마주보게 될 지역부터 먼저 철거가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 다음 거주지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철거가 진행되다 보니 주민들 간의 마찰도 적지 않았다. 한편, 지구와 가장 늦게 마주하게 될 지역은 지하를 뚫기 시작하여 지하 도시 벙커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그래서 집을 잃은 주민들을 우선해서 벙커에 주거 단지를 마련해주었다. 예상보다는 많은 구역이 철거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대피하지 못해서 요즘 주민회에선 타 행성으로 이동을 하는 게 낫겠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2047 1월 18일 설날 D-7


 결국 주민 전원이 벙커 타운으로 이동하지 못했다. 고작 일주일 남은 시점에 여전히 지구에 가려져 있는 지역 일부는 철거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주민회의에서는 우선 남은 인구가 얼마 되지 않으니 한달 정도만 공동 소유의 우주 함선에서 생활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내일 중으로 모든 지역을 폭파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사람들은 디데이를 앞두고 모든 일처리를 끝냈다는 뿌듯함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쁨의 포옹을 건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가 살던 도시가 사라졌는데 뭐가 저렇게 행복할까? 지구에 우리 마을이 드러나면 좀 어떻다고 이리들 숨으려고 할까? 지구에 들키면 안될 무언가 있는 것일까? 우리의 존재가 영영 비밀로 남아야 한다는 사실은 뭔가 범죄영화에 주인공이 된 듯한 스릴감을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도망친 범죄자가 된 듯 죄스러움도 함께 찾아왔다.


2047년 1월 15일 설날 D-Day


 결국 달의 뒷면에는 그 어떤 것도 남기지 않고 우리는 모두 지하 벙커로 도피할 수 있었다. 물론 200~300명의 주민들은 우주 함선을 타고 달 주위를 돌며 대기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모두가 안심하고 설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 지구에선 우리의 사라진 마을 터전을 중계하고 있었다. 지난 몇 백 년 간 상상해온 달 토끼는 없었다는 둥, 닐 암스트롱만이 알고 있던 달의 실체라는 둥 웃기지도 않은 헛소리를 해대며 깔깔대고 있었다. 과연 우리가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살고 있었다면 오늘은 지구와 우리에게 어떤 날이 되었을까? 난 갑자기 지금 당장 달의 표면으로 나가 지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봤다. 그럼 저 지구 사람들도 깔깔대던 웃음을 멈추고 놀라지 않을까? 지구인들의 숨이 턱 막힐 것을 상상하니 그제서야 내 얼굴에 웃음 꽃이 피었다.

작가의 이전글 꿈 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