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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shannon Mar 20. 2022

임신 30주

만삭사진 촬영하기

산후조리원을 예약했을때 조리원에 연계된 스튜디오에서 만삭촬영을 할 수 있는 계약조건이 들어있었다. 해당 스튜디오에서 출산 전 만삭촬영부터 신생아촬영, 아기 50일촬영까지 해주시고, 하나의 앨범으로 제작되어 나오는 거라고 해서 좋았다. 임신 기간 중 예쁜 스튜디오에서 예쁜 옷을 입고 전문가가 찍어주는 사진으로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기의 추억을 남기고, 우리가족의 발자취가 되는 기록을 남기는 것은 좋겠다 싶었다.   

  

시간이 훅훅 흘러흘러 벌써 임신 후기로 접어 들었고 저는 그렇게 만삭 임산부로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근데 막상 임신 전 4로 시작하던 몸무게는 어느덧 6으로 시작하는 몸무게가 되었고, 한눈에 봐도 턱은 두개고, 허리는 S라인이 없어진지 오래며, 허벅지와 팔뚝은 햄처럼 두꺼워져있어서 사진찍기가 두려웠다. '하.. 내 몸이 언제 이렇게 되었지?'하며 막상 만삭사진에 큰 기대를 하지않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당일 메이크업도 제가 평소 하던대로 직접 하고 가고, 메이크업실장님이 잡티와 색조만 조금 손봐주셨다. 헤어는 웨이브를 넣어 조금 여성스럽게 해주셨는데 해놓고 보니 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는 자신감이 결여 되어있던 기분이 살짝 업이 되었다. (세상단순^^;;) 의상은 블랙느낌으로 모던하게 한 컨셉, 화이트&베이지 느낌으로 따뜻하게 한 컨셉 하기로 하고 남편과 함께 몇가지 준비해 갔는데, 막상 가보니 스튜디오에서 제공해주는 의상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 의상을 골랐다. 의상도 컨셉대로 골라 입어보니 의외로 저한테 잘 어울렸고 살찐 제 모습을 조금은 커버되는 느낌이어서 조금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촬영이 시작되었고, 포토그래퍼가 시키는 포즈대로 하나하나 따라해가며 고개의 각도, 허리의 꺾임, 시선처리 등을 코치 받아가며 찍기 시작했다. 나도 나름 광고모델이고 피팅모델도 해본 사람인데 임산부의 나는, 내가 먼저 '저 모델이에요'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냥 일반인 임산부에 불과 했다. 그래서 일반인이고 처음인척 포토그래퍼의 말을 잘 듣고 따라했다. 아마도 그 포토그래퍼가 그 스튜디오에서 젤 잘 나오는 조명과 젤 잘나오는 각도 등을 제일 잘 알고 있을것이라 생각되어 더욱 그랬다. 


실제로 완성본이 나오고 놀랐다. 생각보다 사진이 모두 잘 나왔고, 시키는대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임신한 나의 모습도 내 생각처럼 이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기를 품은 엄마로서의 모습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옆에 나와 아기를 어루만져주면서 함께 해준 남편의 모습도 자상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만삭의 모습을 남겨 두는 것은 우리에게도 나중에 태어날 아기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아기가 크면 '너가 뱃속에 있을때 엄마아빠는 이런 모습이었어'라고 말하며 사진을 보여줄 날을 상상하기만해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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