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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 Feb 28. 2016

도시에서의 고독

대도시 부르고스 외곽에 머물며 부르고스 맛보기

[7.30 수요일 / 걸은지 13일째]

부르고스 공항 입구 비야프리야라는 마을에서 이국적인 이름을 가진 호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묵었다.

짐을 푼 뒤 버스를 타고 부르고스 시내 맛보기를 했다. 내일 걸을 길이지만 장도 볼 겸 대도시의 향기도 느껴 볼 생각이었다. 막상 부르고스 시내에 들어서니 무척 외로워 졌다. 순례자들은 모두 구도심의 순례자 구역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순례자에게 대도시는 너무도 낯설고 고독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 낯선 느낌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산 후안 데 오르테가. 무언가 깊은 울림을 주던 마을을 떠난다. 산길을 내려서 얼마 안 가 아헤스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마을 안 작은 바 Tienda Alquimista 에 들러 오르테가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침식사를 했다. 아주 인상적인 바인데 집시 풍의 아주머니가 반겨준다. 거스름돈은 순례길의 상징인 가리비 모양의 접시에 내준다.

아헤스 골목을 돌아나오면 작은 집 안에 까미노의 인상적인 건물들을 목재 미니어쳐로 만드는 예술가 마르샬 팔라시오스 아저씨의 작업실이 나온다.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오르테가에서 만났던 솔이씨가 발견하고 알려주었다. 작업실은 나무냄새로 가득했고 아헤스의 성당에서부터 오르테가 수도원의 종탑과 까미노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집, 마차와 다리들까지 살아있는 작품들이 꽉 차 있었다. 여행 일정이 짧았다면 두어개는 기념품으로 사오지 않았을까.

아헤스를 지나 들길을 걷다 보면 우측으로 유적의 일부처럼 보이는 돌덩어리 몇개가 보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고대 유적지가 있는 아타푸에르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게 된다. 이 아타푸에르카 유적에서는 유럽인류의 시초일 수도 있는 고대 아프리카 이주민의 화석 및 주거지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고대유적지를 안내하는 공원이 마을에서 대략 1.2km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지친 순례자에게 그정도 길을 돌아가는 것도 무리였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물론 엄청나게 후회되는 일 중 하나다.

아타푸에르카를 지나면 산길을 따라 Cruz de Madera(나무 십자가)를 오르게 되는데 이 곳 나무 십자가가 있는 아타푸에르카 산맥 남쪽 사면에 화석 및 주거지 등 발굴된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고 한다. 

산 위에서 바라보면 북쪽으로 광산의 흔적도 보인다.

산을 내려서면 비야발이라는 오래된 마을을 지나 삐코 강을 따라 부르고스로 진입하게 된다. 고속도로와 공항을 지나 기찻길을 넘으면 부르고스 입구다.

도착 후 : 부르고스 공항 건너 큰 길가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호텔에 방을 잡은 뒤 시내버스를 타고 부르고스 시가지에 다녀왔다. 장을 보고 중국식당을 발견해서 볶음밥을 먹고 왔다. 중국식도 아니고 한국식도 아니며 그렇다고 스페인식도 아닌 아주 느끼하고 이상한 볶음밥을...

부르고스 시가지에 들어서니 지금까지 순례자들이 이 길의 주인공이었다면 여기서는 시민들이 주인공이다.

순례자, 더구나 배낭도 매지 않고 간편 복장으로 거리를 다니는 동양인들에게 도시는 다소 고독한 곳이었다.

[전체일정] http://brunch.co.kr/@by1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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