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클
'잡지'는 참 계륵 같은 존재이다. 예전에 마케팅일을 한창 할 때 광고를 집행함에 있어서도 '잡지'에 광고를 하는지 여부가 항상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특별한 한 경우를 제외하곤-예산이 충분한 경우-잡지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가장 마지막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잡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할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세대들-40대 초중반-은 어릴 때는 주로 잡지를 은행, 병원 혹은 미용실에서 많이 접했다. 대부분은 여성지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면서 소위 '야한 잡지'라는 것을 접하게 되고 그렇게 성인이 되면 읽지도 않고 보지도 않지만 하나 정도는 유행처럼 영자신문 혹은 잡지를 가지고 다녔었다. 당시 한국에서 발행하던 잡지들에 비해서 영문 잡지-Times, Newsweek, The Economist 등- 들은 가볍고 얇아서 무게적인 면이나 부피적인 면에서 휴대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그런 나름의 황금기를 거치고 현재 모든 매체들이나 디지털화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 혹은 지식을 온라인에서 얻고 있는 시대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종이매체 즉, 신문, 잡지 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실제 일부 종이 매체들은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우려는 기우였고 여전히 종이매체들은 발행이 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종이매체를 오롯이 종이로 읽는 사람들은 격하게 줄어들었지만. 난 과거에도 종이 신문을 즐겨 읽지는 않았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 The New York Times의 사설을 읽었던 것을 제외하곤. 그러니 지금 역시 종이 신문을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거엔 읽지 않았던 잡지를 정기적으로 읽고 있다. 오늘 소개할 잡지-2가지 잡지를 정기적으로 읽음-가 그중 하나이며 잡지의 존재를 안 것은 10년 전쯤이고 읽기 시작한 것은 7년 정도 된 것 같다. 존재를 알고 바로 읽고 싶었으나 국내에선 판매를 하지 않았고 대형 서점에서 팔아도 너무 비싸기도 했다. 여전히 2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은 이 나라의 평범한 남자 사람에겐 저항감이 크다. 그러다 잡지만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고, 모 카드사에서 운영하는 라이브러리에서 볼 수도 있으며 최근에는 내가 자주 가는 공립도서관에도 비치가 되었다. 그 잡지의 이름은 모노클 Monocle이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잡지이다. 2007년 2월에 회사는 설립되어 3월부터 발행을 시작하였다. 올해로 15주년이 되었고 이번 달에 나오는 3월호가 15주년 special edition으로 알고 있다. 아직 읽어보진 못해서 내용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2주 정도 후에 읽어 볼 예정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022년 2월호가 150호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월간지이지만 1년에 11권의 잡지가 발행된다. 12월호와 1월호는 하나의 잡지로 발행이 되기 때문이다. 모노클에서 다루는 주제는 꽤나 광범위하다. 그래서 내가 이 잡지를 읽어야겠다고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크게 3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국제 정세이다. 당연히 2월호에는 우크라이나의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다음으로 비중 있게 다루는 주제는 비즈니스이다. 최근에는 테크와 스타트업을 많이 다루지만 기존의 산업들인 항공이나 자동차산업 등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리고 나머지 한 꼭지는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여행, 건축, 다이닝, 패션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어찌 보면 내가 관심 있는 대부분의 영역을 다루고 있는 잡지라고 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몇 년 동안 매달 꾸준히 읽고 있는 것 같다. '잡지'라는 매체의 특성상 중간중간 지면 광고 및 소위 광고성 기사인 애드버토리얼도 있다. 하지만 모노클의 광고 파트너 브랜드들은 대단히 까다롭게 선정되며 모노클은 그들을 광고주로 보지 않고 비즈니스 파트너도 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나 역시 지난 회사에서의 목표 중 하나가 모노클에 광고를 내 보는 것이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마 그 브랜드가 모노클에 광고를 실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잡지 이외에 특정 브랜드와 콜라보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모노클 샵이 있고 전 세계에 두 군데만 존재하는 모노클 카페도 있다. 또한 모노클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라디오로 발전한 monocle24 도 운영을 하고 있다.
영문판이다.
구매가가 꽤 비싸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잡지라서 미국 중심이 아니다.
미국 중심주의 사고를 하는 사람에겐 맞지 않음
모노클의 발행인은 기존의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현재 지금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꽤 잘하는 광고회사여서 굵직한 광고주들을 꽤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매체를 운영하는데 가장 큰 수익인 안정적인 광고수익을 잡지 창간과 더불어 어느 정도는 보장받고(?) 시작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광고 수익들로 '모노클'이라는 잡지를 발행하는 회사는 운영할 수 있지만 '모노클'이라는 잡지를 계속 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잡지를 계속, 올해로 15년 동안 발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노클을 애독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노클에 영감을 받고 본인의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매거진 B가 발행될 때도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잡지가 모노클이었다고 발행인이 밝히기도 했다. 매거진 B에도 모노클을 주제로 발행된 잡지가 있을 정도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속에서 인스타그램 알고리듬과 유튜브 알고리듬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도 본인의 고집과 어찌 보면 뚝심으로 기존의 매체인 잡지를 꾸준히 발행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발행된 잡지를 꾸준히 읽는 사람도 있다. 세상은 대단히 빨리 변하지만 그래서 그 속도를 따라가거나 혹은 쫓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본인의 속도로 본인의 방법으로 맞춰가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아니 꽤나 많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15년 동안 한결같이 어찌 보면 구시대의 매체, 종이매체인 잡지, 모노클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2개의 잡지 중 나머지 하나는 The New Yorker이며 이 잡지 역시 관심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최근 개봉했던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영화는 이 잡지의 열혈 한 팬이기도 한 웨스 앤더슨이 The New Yorker에 보내는 존경의 표시이기도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