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스벅' '별다방' 등으로 불리는 커피 브랜드이자 커피집-나는 습관적으로 계속 '별다방'이라고 불러와서 이 글에서는 별다방이라고 쓸 예정임-, 1999년에 한국에 1호점을 내고 백수들, 학생들, 직장인들, 그리고 건물주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런 곳이다. 난 새로 생긴 커피집을 찾아다니는 취미가 있어서 꽤 많은 커피집들을 알고 있고 가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서울에 4-5개 정도의 특정 별다방이다.
학부를 졸업하고 첫 백수 시절엔 그렇게 자주 가진 않았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엔 아직 학교 도서관을 가는 것에 어떠한 거부감이나 위화감도 없었기에. 그리고 그만한 곳이 없기도 하다. 졸리면 잠깐 엎드려서 잘 수도 있고 혹은 도서관 어딘가에 있는 커다란 의자에 누워서 잘 수도 있고, 바로 앞에 학생회관에서 밥도 먹을 수 있고 여름에 에어컨 잘 나오고 겨울에 난방 잘 되고 등등. 그 당시에도 물론 별다방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었다. 하지만 난 지금도 별다방 및 커피집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의 집중력에 찬사를 보내는 1인이기에. 나도 종종 기분 전환 겸 당시 나의 무거운 랩탑을 짊어지고 별다방을 찾긴 했지만 그 빈도는 대단히 적었다.
하지만 그 이후 더 이상 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는 시기에 백수가 되었던 시절부터 나 역시 별다방에 주로 가서 앉아서 죽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3000원 정도면-난 거의 '오늘의 커피' short size만 마시기에 가능한- 커피를 사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무방한 그런 곳이기에. 책을 들고 가서 책을 읽거나 혹은 정말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말 그대로 죽치고 앉아 있었던 적도 있었다. 책도 핸드폰도 가지고 가지 않고 별다방 카드만 들고 가서 요즘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니는 이상한 사람-별다방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커피만 마시는 사람을 일컺는-처럼. 근데 이 말이 와닫는건 가서 보고 있으면 정말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역시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 역시 무언가를 하는 사람 일 수도.
평일에 특히 낮에 별다방에 가면 그 별다방이 위치한 곳에 따라 있는 사람들이 차이가 있다. 학교 근처면 당연히 학생들이 많고 오피스 지구 근처면 당연히 회사원들이 많다. 그리고 주거지역에 있는 별다방은 주부들이나 학생들이 그리고 백수들이. 그리고 병원 근처에는 막 교대하고 나온 간호사들처럼 보이는 무리들과 정장을 입은 아저씨 무리들이 많다. 여기에서 정장을 입은 아저씨 무리들은 의사들이 아니다. 이들은 제약회사 직원 혹은 의료기기 회사 직원들, 영업사원들이다. 이들에게도 별다방은 꽤나 오랫동안 머물러도 상관없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 가만 보면 별다방은 더 이상 커피를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곳이 되어가는 것 같다. 별다방 창업자가 주장한 '우리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문화를 파는 곳이다'라는 말의 일환인 건지.
그럼 왜 별다방은 백수들의 안식처가 되었을까? 내가 관찰해 본 바로는 서로 연결된 3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직원들과 마주할 확률이 낮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별다방은 복층으로 되어 있거나 단층으로 되어 있어도 꽤나 넓어서 별다방 직원들과 마주할 확률이 꽤나 낮다. 복층으로 된 곳은 그냥 들어가서 2층으로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처럼 올라가 버려도 크게 상관이 없다. 한국인이 느끼는 무언가를 사거나 주문해야 한다는 쓸데없는 미안함에서 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두 번째는 별다방은 실제로 그냥 아무런 주문 없이 앉아만 있어도 된다. 이건 스타벅스 본사의 서비스 이용약관에도 명시되어 있고 스타벅스 코리아의 약관에도 명시되어 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되고 화장실도 사용해도 무방하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이마트로 넘어가면서 약관이 변경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별다방에서 '그냥 앉아 있는 것'은 고객이 누릴 수 있는 보장된 권리이다.
세 번째는 아직까지 오래 앉아 있기 편한 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생기는 커피집들은 의자는 점점 줄어들고 '으자'-난 등받이가 없는 의자들을 으자라고 부른다-들만 가득하다. 이런 곳에선 오래 앉아 있고 싶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엔 별다방에서도 '으자'들을 꽤 가져다 두고 콘센트를 막아버리는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들에 비하면 훨씬 '그냥 앉아 있기'나 '공부 혹은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 특히, 리저브 매장의 경우는 더더욱.
나의 백수 생활에서 그리고 꽤 많은 백수들에게 그나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별다방에게 나름의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별다방 하면 항상 떠오르는 20여 년 전 별다방 1호점이 생기고 당시 만나던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당시엔 가지도 않던 별다방에 가자고 하고, 더 알지도 못하는 에스프레소를 시켜서 아무렇지 않게 마셨던 나의 풋풋했고 찌질했던 20대 초반의 추억이자 흑역사. 지금은 에스프레소바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마시는 그런 아저씨가 되어 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