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수일지

연애 그리고 결혼

by 그런남자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남자인 백수'의 입장과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기에 '여자인 백수'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언급한다.


난 인생에서 '연애'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물론, 형태가 기존의 '연애'의 형태는 아닐 수 있지만. 학부를 졸업하고 30대 초반에 모교에서 '선배와의 대화' 같은 멘토링에 초대받아서 간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에 한 후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것을 더 하고 싶은지. 나의 대답은 '돌아갈 생각이 없다'였다. 다시 군대에 가기 싫다는 답으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난 나의 20대를 돌아봤을 때 어떠한 후회도 없기에 다시 돌아갈 생각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 지금의 20대들에게 이건 꼭 해야 한다고 추천해 주고 싶은 건 무엇이냐는 다른 질문에 나는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연애'라고 답을 했다. 공부, 여행, 아르바이트, 인턴십 등등의 그들이 예상했음직한 답들과는 너무도 다른 답이라 다들 조금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난 지금 40대를 살고 있는 이 시점에 같은 질문을 받아도 역시 같은 답을 할 것이다. 1초의 주저함도 없이.


그럼 백수는 연애 혹은 결혼이 가능할까? 조금 단순하게 생각해 보기 위해 백수인 상태에서 연애의 시작 혹은 결혼이 가능 할 까? 일단 결혼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부모가 대단히 잘 살아서 백수임에도 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경우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어렵다. 특히, 나의 경우처럼 30대에 정기적으로 백수가 되었던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그럼 연애는 어떨까? 연애는 아무래도 나이에 영향이 조금 있을 듯하다. 20대의 백수는 충분히 가능하다. 20대의 백수는 그다지 흠도 아니고 어찌 보면 안타깝게도 2022년을 살아가는 꽤 많은 20대들이 백수일 테니. 하지만 30대 백수는 약간 다르다. 게다가 30대 중반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어렵다. 상대방이 비혼주의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라면 남자 30대 중반에 만나게 되는 여성들은 대부분 '마지막 연애 상대자'를 찾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상대가 지금 현재 백수라면 여성들은 연애를 시작할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


근데 생각해 보면 난 백수여서가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넘어오면서부터 연애가 쉽진 않았던 것 같다. 앞 글에서 이야기했다시피 난 30대 중반부터 스타트업 바닥에서 일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백수가 되고 있다. 백수 일 때는 그렇다 쳐도 재직 중 일 때 역시도 연애를 위한 새로운 만남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이는 위에서 말한 내 나이가 30대 중반이라는 점 그리고 내가 스타트업에 재직 중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을 한다. 한 단계 더 깊게 생각을 해 보면 '설명이 필요 없는 학교를 나온 사람이 설명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을 한다.


사람은 20살 이후로는 부모도 선생도 아닌 또래 집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또래 집단의 구성원들은 본인이 속한 집단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군대를 가면서 겪는 일인데 4년제 대학을 다니다가 군대를 가게 되면 특히 훈련소에서 만나는 본인들의 동기들 중 '고졸'의 비율을 보고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20살 이후 1,2년 동안 주로 보는 사람들이 4년제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이기에 본인 또래 사람들은 모두 '대학생'일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분명히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은데 말이다. 게다가 나처럼 소위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은 주변에 비슷한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많게 마련이다. 별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들은 나 역시 그랬듯이 학교 졸업 후 소위 '설명이 필요 없는 회사' 혹은 '설명이 필요 없는 직업'을 가지고 살고 있다. 모두는 아니지만 꽤 많은 비율로. 그렇게 또 그들만의 또래 집단이 형성이 되는 것이다. 그럼 그런 집단속 지인의 소개를 받고 누군가를 만난다면 상대방도 그렇기를 바라게 마련이다. 그냥 설명이 필요 없는 회사를 다니거나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기를. 나의 경우도 대부분 그랬다. 소개팅앱에서 만나더라도 비슷했다. 그래서 일부러 학교를 안 적어 두는 경우도 있었고, 지질하게ㅎ.


하지만 어찌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볼 수도 있다. 난 연애는 필수이지만 결혼은 선택이라는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결혼을 함에 있어선 같이 즐겁게 살 수 있을지 여부가 다른 조건들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여기는 철이 덜든 40대 아저씨이기에. 게다가 최근엔 20대들도 연애를 함에 있어서 발생되는 감정적, 시간적, 물질적 노력을 대단히 아깝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고 하니 마지막 연애 상대를 고르는 입장에선 더더욱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종종 30대 중반에 아직 싱글인 여자 후배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들의 소개팅 혹은 선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토로가 있다. '내가 이런 놈 만나려고 지금까지 있었던 게 아닌데'라는 안타까운 토로. 근데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본인의 과거에 했던 선택을 왜 지금 만나려는 남자에게서 모두 보상받으려고 하는지도 의문이 들긴 한다. 그때 그놈들한테 받지 않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