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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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난 군생활과 여행기간을 다 합친 3년 정도의 기간을 제외하곤 오롯이 서울에서만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좀 더 정확하게는 코로나 팬데믹 시작 전인 4년 전까지- 이 동네가 붐비지 않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서울에서도 대단히 상징적인 곳이며 서울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이 동네에 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붐비지 않는 모습을 절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20대 초반에 크리스마스 때 이 동네에 왔다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닌 내 주변에 있는 다수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쓸려 갈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해 봤기에. 더욱이 난 일반인 보다 훨씬 덩치가 큰 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이 동네가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텅 비었었다. 메인 도로 양쪽을 줄지어 있던 노점도 모두 철수해서 정말 메인 도로 민낯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걸어 다니는 사람조차 극소수였을 때는 더더욱.


그 당시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여느 동네나 비슷한 풍경이었지만-강북에서만 살아온 나는, 그리고 중, 고등학교 때 시험이 끝나면 이 동네로 놀러 와서 놀았던 기억이 지배적인 사람 입장에선 약간 서글픈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은 팬데믹이 끝나면서 다시금 활기를 띄다 못해 너무도 복잡해져 버려서 인간의 간사함이 발동해 조금은 한가해도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처럼 내국인보다는 관광객들이 더 많은 곳이다 보니 내국인들이 보기엔 특히, 서울 사람들이 보기엔 의아할 때도 있다. 왜 이곳에 뭐 볼 게 있다고 이렇게나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는 거지? 근데 따지고 보면 우리들 역시 해외 관광 명소에 많이들 가는데 그 나라의 현지인들 역시 그곳을 찾는 외국 관광객을 보면서 우리네가 느끼는 똑같은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원래 유명 관광지가 대부분 그런가 보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이 동네의 로드샵의 직원들은 한국어보다는 중국어와 일본어를 더 잘하는 것 같다. 아예 직원들의 대부분이 중국인이거나 일본인인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이 글을 쓰기 위해 이 동네에 방문하고 한 로드샵에서 제품을 하나 구매 했는데 나를 응대해 줬던 직원 역시 한국어를 잘하는 중국인이었다. 이 처럼 외국어를 잘하는 한국 직원을 채용하기보다는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을 채용한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 인지 이 동네의 로드샵 직원의 비율은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이곳에 위치한 국내에서 가장 큰 백화점의 본점들에 있는 면세점 역시 상황은 비슷, 아니 거의 같다.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직원이 대부분이다. 그럼 대체 한국 사람들은 어디 가서 일을 해야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대학교 때 친구와 이 동네에서 만나게 되면 항상 가는 그때도 유명했지만 지금은 더 유명한 칼국수 집이 있다. 여느 때처럼 그 칼국수집에 밥을 먹으러 갔을 때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구인 광고가 벽에 붙어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구인/구직을 활발하게 하던 시기는 아니었기에. 그때 나랑 내 친구는 이 칼국수집의 시급을 보고 너무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기억으로 일반 아르바이트 시급의 5배 정도는 되었다. 그 금액을 보고 둘 다 솔깃했지만 너무도 자주 오는 곳이기에,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쉴 틈 없이 일을 하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아 왔기에. 쉽게 돈 벌고 싶은 치기 어린 마음에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 칼국수집은 비슷한 맛과 적어진 양, 그리고 비싸진 가격으로 성업 중에 있다. 그리고 가끔 생각나는 맛이기도 하다. 칼국수 맛이 생각난다기보다는 이 집에서 내어 주는 특유의 마늘양 강한 김치 맛이 생각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이곳은 과거엔 단연코 서울 상업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중심이라고 자신 있게 말 하긴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징적으로 중심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서울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땅이 있는 동네로도 유명한,


그런 동네,

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