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6
서울에서 버스를 타면 정차할 정류장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한국어와 영어로 방송하는 것이 default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두 군데를 지날 때 다른 언어의 방송이 나온다. 서초구의 서래마을이 한 곳이고, 나머지 한 곳은 오늘 이야기할 동네이다. 이 동네를 버스가 지날 때면 추가적으로 일본어 방송이 나온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인지 한국어, 일본어인지 귀 기울여 들어 보진 않았지만 일본어 방송이 나오는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과거에는 더 많이, 현재에도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실제로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이 동네로 가고 있는 버스에도 일본인 엄마와 아들이 타고 있었다.
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게 되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굳이 찾아보진 않는 것이 이 글의 특징이기도 하기에. 추측해 보자면 과거엔 한강에도 여럿 포구-작은 배들이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던 정류장-가 있었다. '마포'가 가장 잘 알려진 포구이고 거기에서 동네의 이름이 유래하기도 하였다. 이 동네 역시 한강과 인접해 있고 과거 일제강점기에 국내의 여럿 물자들을 수탈해 가기 위한 포구로 이 동네가 이용되었고 그때부터 일본인들이 이 동네에 거주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동네의 이름에는 '동부'와 '서부'가 붙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부'를 이 동네로 많이 인식하고 부른다. 괜히 '서부'에 사는 사람들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였다 보니 소위 '이자까야'라고 불리는 술집의 형태가 가장 먼저 발달하기 시작한 동네이기도 하다. 그리고 꽤나 유명하고 전통 있는 일식집들과 돈카츠집들도 있다. 나도 종종 가는 좋아하는 돈카츠집이 있기도 하다. 게다가 동네가 거주하는 사람들이 의사와 교수등의 전문직들이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식당들의 수준 역시 올라가서 상향평준화되어 있기도 하다. 내가 과거에 만난 여자친구의 은사 역시 이 동네에 살아서 나 역시 종종 오곤 했다. 은사를 뵙고 나오는 여자친구를 데리러.
동네 자체는 구도시이기에 아파트 역시 오래되어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재개발에 들어가는 것 같다. 단지 자체가 워낙 큰 곳들이 많아서 재개발이 완료되고 나면 동네의 모습도 구도시가 아닌 신도시의 느낌이 날 것 같다. 하지만 구도시로 계획되어 만들어진 곳이다 보니 이 동네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넓지가 않다. 그나마 주말엔 주차하는 차들 역시 많아서 거의 왕복 2차선 수준이다. 재개발이 되고 나면 늘어난 세대수에 도로가 감당할 수 있을지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려본다.
그리고 서울 동쪽에서 강변북로를 통해서 이 동네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있다. 진입하게 되면 강북에서 가장 큰 교회 중 하나를 만나게 된다. 교회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진입로'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진입로는 초보운전자들에겐 그리고 초보운전자가 아니더라도 처음 오는 사람들에겐 지옥 같은 진입로이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해 보면 강변북로에서 이 동네로 진입을 할 수가 있고 또한 한강시민공원으로 진입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같은 길로 이 동네에서 시민공원으로 진출할 수도 있고 강변북로와 반대방향으로 서빙고동으로 갈 수 있는 도로 진출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진입로에서 신호등 없이 해야 한다. 알아서 눈치껏. 그리고 강변북로에서 한강시민공원으로 진입을 하려면 1차선에서 1차선으로 유턴하는 수준으로 차를 돌려야지만 한번에 진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서울 시내 노선버스들도 이곳으로 다녀서 더 어렵고 복잡하다. 말로는 이렇게 설명을 했지만 아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그런 곳이다.
서울에서 꽤나 보기 드물게 3대가 모여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동네이다. 조부모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그들의 자식들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까지. 이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이 동네 어느 커피집 혹은 식당을 가도 그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치 내가 과거에 부모와 함께 살았던 연희동의 명절의 모습을 이 동네에선 평소에도 불 수가 있다.
지하 주차장 없는 아파트들과 그에 걸맞은 낮은 아파트 상가들, 그리고 다양한 일식집들, 이제 곧 어딘가로 이전을 해야 할 것 같은 대단히 오래되고 유명한 팥빙수, 팥죽집이 있는, 마지막으로 다음달에 있을 여의도의 불꽃축제 구경의 명당으로 이 동네에 있는 한강시민공원이 유명해서 인산인해를 이룰,
그런 동네,
이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