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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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는다. 버스 환승 시스템이 생기고 전용차선이 생겨난 이후로는 더더욱 그렇다. 폭우나 폭설이 오지 않는 이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지하철을 많이 탄다. 다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로. 그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에는 항상 지하철에 사람들이 많다. 오늘 이 동네에 있는 곳 역시 서울에서 가장 혼잡한 환승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 서남권-과천, 안양, 안산, 화성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그런 곳이다. 지하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상에서 역시 이들 지역으로 가는 사람들을 태우는 광역버스들이 많으며 그 버스를 기다리기 위한 사람들의 줄은 흡사 휴가철의 혹은 명절의 귀성길의 그것과 닮아 있다. 다른 하나의 차이는 그들의 표정이 밝기보다는 피곤해 보인다는 것뿐.


난 줄곧 이야기해 왔다시피 강북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모든 학창 시절을, 심지어 대학까지 강북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 동네를 갈 일은 거의 없긴 하다. 학창 시절 과천에 있는 놀이동산을 가기 위해 지나쳤던 것이 전부 일 것이다. 그 이후로도 과천에 있는 미술관을 가기 위해 몇 번 지나쳤던 정도.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친구가 경기도 화성으로 이사를 하면서 1년에 한 번은 이 동네에서 항상 친구를 만난다. 그 녀석의 생일과 내 생일 1주일 정도 차이가 있고 그 가운데 고맙게도 개천절이라는 공휴일이 있어서. 이젠 서로 말하지 않아도 그날 즈음이 되면 당연히 이 동네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그 녀석의 아내까지도 인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왜 이곳이냐? 그 녀석이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서 이곳으로 오는 광역버스가 있기 때문에. 난 뭐 서울이면 어디를 가든 크게 상관없는 동네에 살고 있기에.


얼마 전 유명 유튜버가 본인이 방송에서 열변을 토했던 내용이 있다. 경기 서남권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 동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경기 서남권에 사는 사람들의 많은 이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살다가 이사를 간 경우가 많다. 이 지역에도 신도시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물론, 구도시에서 계속 살았던 사람들도 학교 혹은 회사 때문에 서울에서 본인의 지인들이나 친구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울 놈들-해당 유뷰브 방송에서 사용했던 단어-은 이 동네에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러면서 연남이나 성수, 을지로로 오라고 한다. 이왕 오는 김에 좀 더 오라고. 난 항상 내 친구를 만나면 얼마나 걸렸는지를 물어본다. 그럼 언제나 '서울 다 와서 좀 밀려서 40분 정도'라고 말을 한다. 내가 내 친구 집에 가 봐서 아는데 버스 정류장이 내 친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다. 집에서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나와도 충분할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까지 40분 정도 걸리는데 '서울 놈들'이 말하는 그곳까지 가는 것은 그들에겐 집에서 이 동네까지 오고 다시 이 동네에서 약속장소까지 가야 하는 여정의 시작이다.


이 동네의 이름을 딴 지하철역의 사거리를 중심으로 동작구와 서초구가 나뉘고 서울과 과천이 나눠진다. 물론, 과천은 조금 더 가야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항상 많은 지역이긴 하다. 그럼에도 이 동네 상권은 대단히 정체되어 있다. 그저 고깃집들과 술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곳인. 실제로 1년에 한 번 내 친구와 만날 때마다 어딜 갈지 좀 찾아보면 대부분 식당들이 저녁 장사를 위해 14시 혹은 16시 이후에 문을 연다. 그런 거 보면 왠지 공항이나 터미널의 상권과 닮아 있는 부분이 있다. 단골이나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상권이라기보다는 그리고 이 동네로 외부의 사람들을 오게 하기 위한 상권이라기보다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형성된 상권처럼.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실 이 동네에 사시는 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찌 보면 서초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동작구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로도 볼 수 있는, 그저 사람들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동네이고 지나는 가 본 동네이지만 정작 가 본적은 거의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서남권에 사는 사람들에겐 여러모로 소중한 곳인,


그런 동네,

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