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
학창 시절, 정확하게는 중학교 2학년 때-한창,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던 시절-집이 강서구에서 노원구로 이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학을 가게 되었다. 내가 학창 시절을 보낸 대단히 중요한 동네들이긴 하다. 왜냐하면 나의 친구 두 명을 각각 만났 곳이라서. 지금도 이 두 동네는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20세기에는 더더욱 멀게만 느껴졌고 중학생들에겐 전혀 어딘지 모르는 동네였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중학생들에겐 전학 온 애가 살던 곳이 어딘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전학 후 한동안 원래 살던 동네가 어딘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받았고, 그때마다 나는 대답하기 귀찮은 마음에 '공항 근처야'라고 말을 했었다. 정확히는 나는 공항 근처에 살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당시 다니던 중학교는 공항 근처가 맞았고, 심지어 학교 이름도 '공항'이었다. 그런 나의 답에 당시 애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아~ 나 공항 가봤어' 그리고 '거기 평야 있는 시골 아니야?' 지극히 중학생 다운 반응이다.
이 동네는 과거에는 저 두 가지로 유명했다. 공항과 평야.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 시절에는 '한국지리'라는 교과목이 있었다. 그때 항상 한반도의 '몇 대강', '몇 대 평야'라고 해서 배웠고 그 몇 대 평야 중 하나가 이 동네에 과거에 있었다. 지금은 그 흔적 정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지만. 그리고 공항 역시 당시엔 인천국제공항이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공항이 가장 큰 국제공항이었다. 현재는 국제선 일부와 국내선 전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제주도나 부산, 일본의 도쿄, 그리고 동남아의 몇 개 국가를 갈 때 사용하지만 실상은 대부분 제주도를 갈 때 사용하고 있다.
평야 역시 내가 이 동네에 살던 때도 거의 사라져 가고 있던 시기였다. 지금은 대부분 신도시로 개발되어 아파트들과 오피스 빌딩등 상업시설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특이하게 이 동네의 신도시에는 전원주택 단지가 많이 개발되어 있다. 신도시를 계획할 당시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대부분 전원주택은 나이 든, 은퇴한 사람들이 살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곳은 단지화로 개발되어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특히, 이 동네의 신도시에는 인천이나 부평, 파주나 마곡 쪽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으며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내가 아는 사람들도 모두 이 지역들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서울과 접해 있는 경기도의 행정구역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성남시도 고양시도 큰 차이는 없다. 서울을 벗어나면 지방의 느낌이 나는 풍경이 짧게 펼쳐지고 그 풍경을 지나고 나면 아파트촌이 펼쳐지는 그런 모습.
과거의 토목사업에 장기를 가진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 4대 강 개발이라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서해에서 한강으로 여객선을 다니게 하겠다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진행했었다. 그 결과로 당시 뱃길로 조성되던 곳에 요트 정박장과 잘 발달된 자전거 도로가 생겼고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달리고 싶은 도로'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내가 갔을 때도 자전거를 타는 여럿 무리들을 봤었다. 요트 정박장은 그쪽만 보고 있으면 대단히 이국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쪽을 보면 아니지만.
여느 신도시가 그러하듯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지만 그나마 이 동네는 공항이 그대로 남아 있어 동네의 정체성이 남아 있는,
그런 동네,
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