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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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서울이든 다른 도시든 사거리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사거리의 사이즈의 차이만 있을 뿐. 동시 신호인지 개별 신호인지에 따라 차량의 흐름의 차이가 있을 뿐. 하지만 서울에서-내가 아는 한- 오거리는 두 곳이 있다. 하나는 한남동에 있는 '한남오거리' 그리고 다른 하나가 오늘 소개하는 이 동네에 있는 오거리이다. 근데 한남오거리 같은 경우에는 온전한 사거리에 한 거리가 사족처럼 붙어 있는 수준이라면 이곳의 오거리는 모든 거리가 온전한 그리고 꽤 넓은 길들이다. 그래서 신호를 보는 것도 처음 오는 사람들에겐 어렵고 좌회전이 안되고 P턴을 해야지만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학부를 졸업하고 첫회사가 삼성역 근처여서 당시 부모와 함께 연희동에 살던 나는 이 오거리를 지나가는 버스를 항상 타고 출퇴근을 했었다. 그때가 차를 탄 상태에서 이 오거리를 지나는 경험을 처음 했던 것 같다. 걸어서야 그전에도 많이 오고 갔지만 보행자에겐 특별한 차이는 없으니.


이곳은 위치적으로 여의도와 대단히 가깝다. 마포대교만 건너면 바로 여의도로 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모두 지방으로 이전을 했지만 금융 관련 공기업들이 많았다. 그리고 현재 이곳은 얼핏 보면 아파트들이 많아서 주거 지역처럼 보이지만 회사들이 대단히 많이 있다. 대기업 중 몇 곳의 본사도 있고 이전한 공기업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공유오피스로 사용하면서 그리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창업 보육 공간 역시 이 동네에 있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대단히 오래된, 소위 '노포'라고 불리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물론, 작은 시장이 있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이 시장엔 장충동과 더불어 족발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시장 상인들에게 순댓국을 팔던 곳들이 족발집으로 바뀐 경우이다. 그래서 지금도 순댓국을 모두 팔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족발보다는 보쌈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이 골목 뒤에 있는 보쌈집을 자주 간다. 그리고 김치찌개와 제육으로 유명한 오래된 집도 있고 중국집, 심지어 대단히 오랫동안 영업을 하고 계시는 떡볶이집 역시 있다.


작년까지 나에게 이곳은 '외국에 여행을 갈 때 공항철도로 환승을 해야 하는 곳'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난 공항리무진을 거의 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은 이유-비싼 가격과 너무 긴 배차간격-에서. 그러다 보니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방법이 공항철도를 제외하면 마땅한 것이 없다. 서울에서 공항철도를 타 본, 특히 환승을 해 본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이곳의 지하철역을 제외하고 다른 환승역은 환승이라기보다는 거의 다른 역으로 가서 타야 할 정도로 많이 걸어가야 한다. 대부분 해외여행을 가기 때문에 아무리 작아도 평상시보다는 짐이 있게 마련이다. 그 짐을 이끌고 거의 10분 정도를 걸어서 환승을 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환승역은 다른 역들-서울역, 홍대입구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에 비해 짧은 수준이다.


2023년에는 매주 일요일마다 이 동네에 가고 있다. 이 동네에서 일요일 밤마다 악기 레슨을 받고 있어서.


10여 년 전에는 대로변을 중심으로 오피스 건물들과 주상복합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그 뒤로 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지어져서 동네의 스카이라인은 많이 변한 상태이다. 또한 과거에 철길이 있던 자리에 공원이 만들어지면서 공원 근처로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식당들과 커피집들이 생겨났다. 이 글 역시 공원 근처에 새로 생긴 커피집에서 적고 있다.


back의 모습은 많이 변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front에는 여전히 이곳의 중심을 잡아 주는 오거리가 있는,


그런 동네,

공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