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동네

044

by 그런남자

분당과 더불어 1기 신도시로 조성된 곳이다. 근데 '신도시'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20여 년 전에 조성된 곳이라 이젠 그 명칭이 약간 민망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기는 지난번 '판교'를 이야기할 때도 했던 것처럼 대단히 중요하다. 신도시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프로젝트들의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기 때문에. 이 동네는 그런 점에서 차후에 신도시들에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제공했다. 그것은 바로 '호수공원'이다.


다른 1기 신도시인 분당이 '중앙공원'이라는 특징을 제공했다고 하면 이 동네는 인공으로 만든 '호수공원'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초창기에는 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등 여러 가지 불만사항들이 있었지만 이네 이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리고 외부사람들에게 이 동네 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 이후에 호수공원의 긍정적인 부분과 아쉬운 점들을 보완해서 차기 신도시들 중에도 호수공원이 있는 곳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내 친구 중 한 명이 살고 있는 '광교'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서울인구의 분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분당도 이 동네도 베드타운으로 조성이 되었다. 대단히 많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그에 필요한 인프라들이 발전하는 과정을 거쳤다. 분당이 강남구와 멀지 않은 위치라서 오피스 및 IT 회사들이 많이 생겨난 것과 비슷하게 이 동네에는 인천공항과 인접하다는 이유로 mice 산업을 개발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울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가장 먼, 이 동네의 가장 끝에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와 비슷한 수준의 규모의 전시장을 만들었다. 여럿 전시들, 특히 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전시들을 유치 및 개최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 전시장이 만들어지고 몇 해 동안 항상 서울에서 진행되던 모터쇼가 이곳에서 진행되었다. 나 역시 친구와 이곳에서 열리는 모터쇼를 보러 갔었다. 전시된 자동차도 보기 위해서. 하지만 이곳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바로 알 것이다. 너무 멀다는 것을. 인천공항에서 가까워서 해외에서 오는 사람들과 전시에 필요한 제품들을 빨리 올 수 있지만 그 전시를 보기 위해 가야 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멀다는 점을.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입시를 위한 학원가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학원가'가 발달한 지역은 이 동네 중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현재는 버스 전용차선으로 이 동네와 서울 신촌까지 연결이 되어 있다. 거의 직선 도로로.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학교들이 몇 개 모여 있는 그 지역과의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분당이 강남구를 편하게 갈 수 있는 것 처럼. 그리고 여전히 서울에서 가장 발달한 학원가인 대치동에서 과거 내부의 이유와 외부의 이유 때문에 학원 강사들이 대거 이동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중 일부는 노원구 중계동 쪽으로, 그리고 또 일부는 이 동네로 이동을 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난 학창 시절에도 소위 말하는 입시학원을 다녀 본 적이 없어서 그 산업군에는 무지하다. 현재도 이 동네의 학원가들이 활황인지는 모르겠다. 이젠 '입시'라는 것과는 너무도 관계가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려서.


현재는 내 동생이 살고 있어서 가끔 동생집에 가기 위해 가는 동네이기도 하다. 난 차가 없어서 차를 써야 할 일이 있으면 동생차를 빌려 타기 때문에. 그리고 대중교통을 타고 갈 때마다 느낀다. 너무 멀다는 것을.


같은 1기 신도시로 조성이 되었지만 왠지 분당에 비해 조금은 소외받고 관심을 덜 받은 느낌이 있는,

이곳 역시 '신도시'라고 불리지만 그저 고양시의 한 행정구인,


그런 동네,

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