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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제 강점기 이후에 동네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행정구역 상의 이름이 있지만-아마도 용산동일 듯-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고 그냥 과거의 동네이름을 지금도 부른다. 그 증거로 동네 이름이 '村'으로 끝난다. 이 동네는 교회와 여중고가 있는 곳을 꼭대기로 두고 있는 모두 경사로 이루어진 동네이다. 그나마 남산순환로에서 오게 되면 꽤나 가파른, 하지만 짧은 내리막을 내려오면 되지만 그 이외의 경우-경리단에서 그리고 후암동에서-에는 엄청난 경사를 올라야지만 동네에 도착할 수 있다.
후암동 쪽에서 올라오는 곳에는 '108 계단'이라는 곳이 있다. 정말 108개인지 알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을 수준의 계단이 마치 천국의 계단처럼 하늘로 계속 이어져 있다. 그나마 그곳에 엘리베이터가 생겨서 조금 편해졌지만 엘리베이터를 내려서도 꽤나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지난번에 소개한 경리단과 비슷한 수준의 경사이니 동네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남산순환로 쪽에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한여름에는 더더욱. 후암동 쪽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영상을 촬영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권하긴 한다. 조금 특이하게 생긴 엘리베이터이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남산 3호 터널 쪽에서 남산케이블카 정류장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녀석이다.
이 동네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곳은 '신흥시장'이라는 곳일 것이다. 과거의 백종원 대표께서 돌아다니면서 식당들의 솔루션을 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을 했다. 이름은 '시장'인데 나 역시 이 동네를 꽤 오래전부터 다녔지만 전형적인 시장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을 본 적은 없다. 내가 처음 이곳을 갔을 때의 느낌은 화재 혹은 그 비슷한 재해로 인해 모두 소실되고 형태만 남아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특색 있는 식당들과 커피집들 그리고 소품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들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 내가 종종 가는 커피집도, 통닭집도, 그리고 선술집도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유명해진 닭볶음탕집 역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접근성이 불편하다는 것 이외에 또 하나의 단점이 있다. 이곳에 있는 식당, 커피집들은 화장실이 없다. 시장 안에 있는 하나의 공용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남자들이야 뭐 그냥저냥 사용한다고 하지만 여자들에겐 꽤나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신흥시장에서 경리단 쪽으로 내려오는 엄청난 내리막길이 있다. 경리단 쪽에서는 엄청난 오르막이 있는 것이고. 이 내리막길에는 꽤나 많은 집들이 있다. 그리고 이곳엔 한국인들 보다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훨씬 많이 살고 있다. 경사가 심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서 일 수도 있고. 그리고 내리막길을 모두 내려가면 평지가 나오는데 이곳은 이태원 상권의 확장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형성된 상권이 있다. 경리단 상권과 함께. 순서상으로 보면 큰 차이는 없지만 경리단이 먼저 알려져서 경리단 상권이 먼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대로변으로 내려가면 이 동네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도기가게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벽에 항아리들이 줄지어 놓여 있는 것을 보면서 처음 본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왜 이곳에 이렇게 많은 항아리들이 쌓여있지?라고. 나 역시 이 도기가게가 언제부터 영업을 해 왔는지, 그리고 왜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저 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로 인해 땅값은 엄청날 정도로 올랐겠다는 생각만 해 볼 뿐.
이 동네는 지금 계절에 해가 질 때 가는 것을 추천한다.
동네 자체가 대단히 멋진 노을 맛집인,
그런 동네,
해방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