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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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지금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한류, 그 한류가 시작된 이래로 여럿 콘텐츠들 중 한류를 주도하는 장르가 있어 왔다. '한류'라는 말이 처음 생겨 날 당시에 한류를 주도하는 장르는 단연 '드라마'였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일본을 중심으로 동남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러면서 소위 아이돌 1세대라고 불리는 그룹들의 일본 진출이 일면서 k-pop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메인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가 최근에는 단연 BTS, BlackPink를 중심으로 한 k-pop이 한류의 멱살을 잡고 이끌고 있다.


외국인들의 국내 관광 역시 비슷한 패턴이 있다. 과거엔 외국인 관광이 거의 서울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도 많은 부분을 서울이 차지하고 있지만 제주도, 부산, 강릉 등 서울이 아닌 지역으로 여행을 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늘었다. 그런 와중에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항상 가는 동네가 있다. 그중 한 곳이 명동이고, 다른 한 곳이 오늘 소개할 이 동네이다. 동네의 모습은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히, 평일에 가면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수준이다.


명동이 현대적인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고 쇼핑과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하면 이 동네는 전통적인 서울의 모습-과거엔 그랬으나 지금은 잘 모르겠다-과 전통적인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내가 이 동네에 처음 왔던 고등학생 시절에는 이 동네를 가로지르는 도로에 차가 다녔었다. 그러다 주말에만 차량을 통제하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평일에도 특정 시간대를 제외하곤 보행자 중심 도로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도로의 모습도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이 동네의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별다방이다. 서울엔 이미 너무도 많은 별다방 중 이 동네에 있는 별다방이 유명한 것은 별다방 처음으로 영문간판이 아닌 현지어 간판을 건 첫 번째 매장이라는 것이다. 이 매장을 시작으로 이 동네엔 영문표기 간판이 아닌 한글 표기 간판들이 많이 생겼다. 별다방이 이 동네에 입점을 결정했을 때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 당시엔 동네에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전통의 거리에 다른 나라의 브랜드가 입점을 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지극히 구시대적이고 전형적인 공무원식 사고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이에 타협한 점이 한글간판을 건다는 것이었고 당시에는 별다방이 국내 대기업이 인수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미국 본사에서 허락을 해 줘서 시행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나도 이 매장이 생기고 앞을 지나가면서 간판을 보고 분명히 한국어인데 잘 안 읽히는 기이한 경험도 했었다.


또 다른, 아는 사람만 아는 이 동네의 명물 중 하나는 거리 중간쯤에 있는 화구상 외부에 걸려 있는 커다란 붓이다. 대학시절 장난을 좋아하던 동기이지만 형이었던 사람이 다른 동기 여자애들한테 너의 머리결이 마치 인사동의 왕붓이랑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 붓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의아한 소리이지만 나처럼 그 붓을 존재를 알고 어떤 자태인지 아는 사람에겐 너무도 웃기는 이야기였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동네의 메인 도로를 너무도 깨끗하고 어떤 장애물 없이 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서울에서만 강북에서만 오래 살았던 나 역시 이 동네의 민낯을 본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지금은 다시 팬데믹 전의 모습을 찾고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을 볼 수 있는 곳이 되었지만.


이태원에 튀르키예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있다면 이곳에는 꿀타래 청년들이 있는,

20대 시절 이상하리 만큼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았던, 지금은 사라진 피맛골이라는 곳이 옆에 있는,


그런 동네,

인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