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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동네는 '그런 동네'라는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나랑 가장 친숙하지 않은 동네이다. 하지만 나에게만 친숙하지 않을 뿐 힙플레이스로 많이 알려져 이 동네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겐 꽤나 유명한 동네이다. 이 동네는 을지로와 많이 닮아 있다. 을지로가 조명가게들과 공구가게들이 가득했던 과거의 모습을 보였다면 이 동네는 크고 작은 철공소들이 많았다. 옆 동네에 기차역이 있고 백화점등의 상업시설이 있는 것도 닮아 있다. 그리고 현재 서울의 힙플레이스 중에 하나라는 점 역시 그렇다. 이런 유사점들 사이에 이 동네와 을지로의 차이는 이 동네는 상업시설이 생기면서 동네가 힙플레이스로 시작했다기보다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본인들의 작업실을 오픈하면서 하나의 예술촌이 형성되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들고, 특히 본인의 감각과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다양한 상업시설이 생기는 순서로 발전을 하였다. 다른 힙플레이스들에 비해 접근성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을 했다. 요즘엔 힙한 장소 혹은 동네가 되는 조건에 접근성은 우선순위에서 꽤나 뒤로 밀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가고 기다리는 거 보면 말이다
나는 서울에서 네비가 없어도 운전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냥 무시하고 운전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린 시절 바이크를 타고 돌아다닌 덕택에 그리고 버스를 주로 타고 다니고, 타고 다니면서도 폰을 보지 않고 창밖을 계속 관찰한 덕택에. 하지만 내가 네비 없이 가지 못하는 동네가 서울에 있다. 바로 구로구와 금천구이다. 이 동네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많이 어색하긴 하다. 최근엔 그나마 이 동네 근처에 대기업 본사에 다니는 사람을 잠깐 만나서 종종 갔던 정도. 하지만 그 역시 이 동네와 거리는 조금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동네를 소개하는 것이 꽤나 늦어진 것일 수도 있다. 올해 언젠가는 소개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종종 갔었기 때문에. 다행히 집 앞에 이 동네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도 차가 1도 밀리지 않아도 1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버스가 조금 돌아서 가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깝지는 않다. 우리 동네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멀다고 느끼는 천호동까지 가는데도 30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해 봐도. 이 동네는 낮에 가면 여전히 기존의 철공소들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을지로도 낮에 가면 여전히 조명상가와 공구상들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밤이 되면 이곳의 많은 식당들과 술집들이 영업을 하면서 완전 다른 동네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동네를 갈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처음 가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이 동네 상업시설들 중에는 자체적으로 화장실이 없는 곳들이 꽤 있다. 동네 중간에 있는 공용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커피집 역시 화장실이 없어서 공중 화장실을 이용했었다. 남자들도 불편한데 여자들에겐 더 불편 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겨울엔 더더욱. 그렇게 공중 화장실을 다녀오고 왜 그럴까?를 좀 앉아서 생각을 해 봤다. 커피집 천장을 보면서. 아마 기존의 영세한 철공소들은 공용화장실로 자체 화장실을 대체했었고 그 자리에 철공소 대신 들어온 곳이라면 자체 화장실을 만들기엔 여러모로 문제 될 것이 많이 있다. 기존의 건물에 화장실이 없다는 건 오물처리시설이 없다는 말이고 그것을 만든다는 건 새로 들어온 커피집이나 식당 입장에서도 어려운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존의 영세한 철공소들이 그러했듯이. 그리고 아무래도 철공소의 특성 상 여자들 보다는 남자들이 더 많이 일을 했으니. 그냥 그런 점에 더 무덤덤하고 무던한 사람들이라.
낮에도 가보고 밤에도 가봤는데 그 차이가 극명하게 다른, 낮임에도 밤보다 좀더 차갑고 어둡게 느껴지는,
그런 동네,
문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