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큐브
난 군 전역 후-벌써 20년이 된 듯-취향을 다양하게 한다는 미명 아래 이런저런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다녔다. 취향을 다양하게 한다는 건 사실 훗날에 내가 다시 명명한 것뿐, 당시에는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맛집이나 힙한 곳들을 쉽게 접할 수 없던 시기에 난 스스로 혼자 돌아다니면서 그런 곳들을 직접 모았었고, 잘 모르는 그림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갔으며, 졸음을 쫓으면서 클래식 음악회를 갔었다. 일전에도 한번 언급한 내용들이다. 그중 하나로 '영화를 보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업영화, 큰 영화와 예술영화, 작은 영화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 왜 그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창 20대 초중반의 나의 쓸데없는(?) 노력은 30대를 그리고 현재 40대를 살아가는데 대단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취향적인 부분에서는 무조건. 그 시절 예술 영화들을 찾아보던 중 알게 된 곳이 예술 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알려진 '씨네큐브'이다. 정식 명칭은 '씨네큐브 광화문'이지만 여전히 광화문 인근에만 존재하기에 이 글에선 '씨네큐브'라고만 언급하겠다.
정확한 위치는 서울역사박물관 맞은편 흥국생명 사옥 지하에 위치해 있다. 멀티플렉스가 아니기에 상영관은 2 개관이 있다. 그중 2관은 정말 작아서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만석이 된다고 해도 40석 정도 되는 거 같다. 근데 음악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는 2관에서 보게 되면 그 몰입도는 더욱 높은 것 같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꼭 예술영화만 상영하는 것은 아니다. 하긴 예술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도 난 잘은 모르지만. 그냥 다양성을 강조한 영화들이 주로 상영된다고 보면 될 듯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난 이곳을 애정 한다. 당시 여자 친구가 있으면 항상 소개해 주고 개봉작 중 보려고 했던 영화가 이곳에서도 상영을 하면 다른 멀티플렉스 대신 이곳에서 그 영화를 봤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이곳에서 본 '프렌치 디스패치' '드라이브 마이카' '노웨어 스페셜' 모두 멀티플렉스에서도 상영을 했지만. 중간에 한번 운영사의 교체로 인해, 그리고 내부 리모델링으로 인해 잠시 문을 닫았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상업광고 없이 씨네큐브에서 앞으로 개봉할 영화의 예고편-주로 2편 정도-을 보여주곤 바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갈 때까지 상영관에 불이 켜지지 않는다. 영화의 시작은 광고가 아니고 영화의 끝은 엔드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시점이라고 하는 극장 측의 영화에 대한 생각이라고 여겨진다.
홈페이지의 예매 시스템이 편하지가 않다.
극장의 배려를 무시하는 관객들이 여전히 많다.
영화 시작하고 입장하는 사람, 그리고 끝나고 불이 꺼진 상태에서 나가는 사람
게 중엔 지들 넘어질까 봐 핸드폰 플래시를 켜는 몰지각한 사람도 있다.
서울에서 가장 좁은 지하 주차장 입출입구를 가진 거 같다.
초보 운전자에겐 너무도 어려운 곳이다.
여느 극장의 풍경과 씨네큐브의 풍경은 조금 다르다. 일단 팝콘이나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없다. 상영관에도 물 이외엔 어떤 음료도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극장에 먹으러 가는 사람들에겐 절대 적합한 극장은 아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상당히 올라갔다. 특히 평일에는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상영하는 영화의 특성이기도 할 테고 극장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기도 할 것이다. 관이 엄청 많아서 찾기가 불편하지도 않고 여전히 친절한 매표 직원이 발권을 도와줘서 그런 부분에서도 편할 테니. 어떤 이유에서든 씨네큐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나에겐 기분 좋은 일이다. 일전에 독립영회사에서 운영할 때 운영상의 이유로 잠시 문을 닫았을 때 말이 좋아 운영상의 이유지 운영할 자금이 없어서 문을 닫았었기에. 지금은 흥국생명의 계열사에서 운영을 해서 그런 부분에선 조금 자유롭겠지만.
여전히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쏠림현상이 극심한 거 같다. 작년 말에 개봉한 스파이더맨의 예매율만 봐도 그렇다. 남들이 하는 건 나도 무조건 해야 하는 그런 성향에서 기인한 거 같다. 나 역시 그것에서 자유롭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 역시 열심히 예매해서 2번이나 봤으니. 하지만 그런 쏠림현상에서 가끔은 조금 떨어져서 본인만의 취향을 위한 선택을 해 보는 건 어떨지를 조심스럽게 권해 본다. 그리고 지금은 무언가를 결심하기에 매우 적합한 년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