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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영 다니엘 Sep 29. 2022

세계사 읽기를 끝내며

나의 삶과 한반도에 대한 소고

코로나 사태로 CERB(Canada Emergency Response Benefit)를 지원받으니 2년 후 연금으로 시작될 은퇴 후의 삶을 미리 시작하는 느낌이다. 은퇴 후의 삶을 미리 경험하고 점검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대와 삶을 되돌아보고 또 남은 귀중한 노후를 어떻게 보낼지 그간의 계획을 점검하고 또 코로나 사퇴 후 많이 바뀌게 될 세상도 생각해 본다.  
 
내가 살아온 세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우선 세계사를 정독했다. 고갱 작품의 제목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그 행간을 생각하며 천오백여 페이지의 방대한 옥스퍼드/펭귄 출판사의 세계사(J.M. Roberts와 O.A. Westad)를 읽었다. 세계에서 제일 많이 읽힌 세계사 책이지만 일방적 서양의 관점에서 기술한 역사책이다. 서양의 문물이 제 삼의 세계를 개화하여 문명 된 사회를 만들었다는 - -
 
유감이지만 한국에 관한 부분은 정말 몇 줄 되지 않으니 속이 많이 상한다. 그러니 서양인들이 한국을 잘 모른다. 그 작은 부분 중에도 출산율이 세계 최저란 설명은 되어있다. 하지만 이 책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종합하고 해석하는 데에 특히 탁월한 책이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다툼을 보고 있으면 참 답답하다. 이 복잡 다단한 인간사에 어디 흑백으로 간략하게 답을 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수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세상살이에 자기 이해관계에 의해 사물을 판단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 심지어 언론까지도 이해관계에 따라 양쪽으로 갈리어 완전히 다른 논조를 내는 것을 보면 참 씁쓸하다. 좋은 선진국에는 좋은 언론이 있고 좋은 언론은 국민이 만든다.
 
역사 속에서 약소국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수많은 불이익을 받고 살았다. 또 언론도 선진국이 독점하니 약소국의 소리는 거의 무시된다.
 
소말리아는 아덴만과 인도양에 걸쳐 이천 킬로가 넘는 긴 해안선으로 둘러 쌓여있다. 내전과 분쟁으로 중앙정부의 역할도 없고 해안 경비가 허술하니 수많은 나라들이 불법으로 고기를 잡아가고 방사선 폐기물 등 온갖 유독 폐기물 쓰레기들을 싣고 와서 그들의 바다에 투척해도 그들의 하소연을 누구도 언론에 싣지 않는다. 사람들은 소말리아 하면 ‘해적’이란 단어만 떠올린다.
 
세상과 역사는 선진국의 관점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힘없는 나라는 현명하게 처신하여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역사를 정확히 알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사실 20세기는 그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충돌과 다툼과 폭력이 일어났다. 특히 양대 전쟁은 엄청난 파괴를 가져왔고 전 세계가 두 쪽으로 나뉘어 충돌한 냉전은 수많은 죄 없는 민간인의 삶도 파괴시켰다.

약소국인 우리나라는 제국주의 식민 침탈과 냉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중국이 공산화되지 않았다면 우리 한반도 상황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청나라 말기 서구 열강과 일본의 침입과 약탈에 중국인들은 엄청난 수모와 무력함을 느꼈다. 비록 쇄약 한 청나라였지만 서양 제국주의가 점령하여 식민지로 만들기엔 너무나 덩치가 커서 열강들은 침탈과 수많은 불평등 조약으로 중국을 찬탈하였다. 이때 러시아에서 일어난 볼셰비키 공산정권은 제국주의 식민주의적 침탈 정책을 취하지 않았기에 중국의 지식인들을 고무시켰고 쉽게 공산주의가 중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

북경대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모택동은 마르크스 공산혁명에 영향을 받아 고향인 후난 성으로 내려가 농촌운동을 통하여 도시뿐만 아니라 배우지 못한 농민층에도 공산주의가 성공하여 뿌리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장개석 정권의 부패와 무능도 공산정권이 성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1949년 10월 건국한 취약한 신생 중화인민공화국에게 압록강 너머 코앞에 미군이 들어온다는 것은 그들에게 최대의 위협이었다. 그래서 파병을 결정하였고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미군의 폭격으로 북한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휴전은 되었지만 막강한 미군이 다시 북한으로 쳐들어오면 하루아침에 북한이 무너질 것을 염려하여 중공군은 한 명도 철수하지 않고 5년 동안 주둔하며 철저히 부서진 북한을 완전히 복구하고 철수하였다. 미국이 우리에게 혈맹이듯이 북한과 중국도 같은 혈맹 관계다. 또 중국은 미군이 북한에 주둔하는 한반도 통일을 절대 용납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분쟁과 홍콩 보안법, 또 중국의 인권문제를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중국의 부흥을 꿈꾸는 지도부는 피해의식으로 현재의 사태를 청말 서구 열강의 중국 침탈 행위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시중 신은 공산당 고위 원로 지도부였고 현 지도부 대다수가 이런 가문의 아들들인 태자당 출신임을 생각하면 그들의 대응과 정책을 읽을 수 있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우고 자라기에- -  이런 강대국의 싸움에 괜스러이 말려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본의 침탈적 강제 식민통치, 미국과 소련의 이해관계로 분단된 조국, 또 전 세계를 양분하여 거의 종교적 맹신과 편협함으로 폭력과 증오로 서로를 공격한 냉전 - -  

냉전은 더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고통을 불러왔다. 그리스 내전과 중국 내전,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쿠바 혁명과 중남미 내전과 군사독재 정권, 식민주의 마지막 앙골라에서 양진영이 개입하여 수십만의 희생을 치런 앙골라 내전, 또한 캄보디아 킬링필드- -

냉전의 최전방에서 일어난 한국전쟁과 남북 체제경쟁은 엄청난 희생과 폭력을 불러왔으며 진실을 왜곡시켰다. 전후 7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전쟁의 와중에서 수십만의 국민이 국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학살당한 보도연맹 사건은 진상 파악조차 되지 못하고 또 연좌하여 그들 가족들이 수십 년간 억울한 피해를 본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까. 북한에는 또 얼마나 많은 억울한 죽음과 희생이 있었을까.

냉전은 전 세계에 이런 헤아릴 수 없는 희생을 불러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남북 체제 경쟁으로 그렇게 국민을 유린한 공안검사들이 정부와 국회를 장악하여 왔으며 그들은 또 힘없는 어부와 유학생을 이용한 공안 간첩사건, 이제는 그런 조작이 어려워지자 힘없는 탈북자들을 이용하여 간첩사건을 조작하기도 하였지만 고문과 조작에 관여한 공안 검사는 처벌도 받지 않는다. 왜곡된 교육과 반공의 뿌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60, 70년대 거의 난공불략 같았던 두 진영의 대치는 1989년 갑자기 구 소련의 붕괴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소련의 지원을 받은 그간의 분쟁도 대부분 끝이 났다. 수많은 희생과 고통은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나? 이미 남북 체제경쟁은 끝이 났다. 남북관계도 새롭게 변해야 한다.

이승만과 김원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질곡을 달려온 우리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어떻게 단순히 흑백으로 가를 수 있을까. 현재의 시점에서는 공과 과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닐까.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가야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산 초기 산업화 시대는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는 역사는 프롤레타리아(노동자 계급)에게 혁명만이 유일한 논리적 출구라 생각했고 역사는 그들의 편이란 논리는 수많은 혁명가들을 부추겼다.

그의 철학을 맹신한 공산주의 혁명은 세상을 둘로 나누고 엄청난 희생을 가져왔다. 경제가 어렵고 사람들의 삶이 위협받으면 항상 세계사는 꿈틀거리고 요동을 친다. 그가 던진 명제는 항상 우리 인류가 어려움에 처할 때 강력한 유혹으로 등장한다.

혁명을 통하지 않고도 국민의 교육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그의 명제를 잘 활용하여 독일,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좋은 일류 복지국가를 이룩하였다. 다만 인간의 탐욕과 무지 때문에 그런 이상적 조합을 이룬 시대나 국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농업이 주 산업인 시대에 한국에서 태어났다. 산업화를 시작하며 교육을 받았고 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생활 말년은 IT 시대를 살았다. 그 도전을 잘 극복하고 적응하여 오늘날 선진 한국의 뿌리를 만들었다. 첨단 IT 시대와 갑자기 늘어난 것 같은 수명연장은 새로운 도전이다. 옛날과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이며 유연하게 대처하며 적응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신 자유주의와 시장을 맹신한 사람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몰염치한 거대 자본과 기술을 앞세운 이들을 대표하는 미국은 그 한계를 드러내었다. 아프면 치료를 받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 권한이다. 코로나에서 살아난 70대 남성에 청구된 13억 원 의료비 청구서는 자본주의 미국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미국 선거는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고 그 비용의 대부분은 기업인이 내기에 정치인이 당선되면 투표자가 아니라 더 큰 기업의 이익과 로비스트의 영향으로 법을 만들기 때문에 이런 왜곡이 나타난다. 수많은 사람이 총기로 희생되어도 법이 바뀌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링컨의 민주주의 원칙 ‘국민을 위한 정치’가 왜곡된 형태로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국가가 되었다. 그래서 민의를 반영하려면 선거공영제를 잘 지켜야 한다. 왜냐면 세상을 바꾸려면 혁명이 아니라 법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가 대통령 선거보다 중요할 수 있다. 한국이 올바른 미래로 나가려면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하여 조정하여야 한다. 대공황 때 뉴딜 정책은 성공한 정부 개입 정책이다. 소련의 여러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은 경제에 대한 강제적 개입 때문이었다. 루스벨트는 정부의 대규모 경제간섭을 자유주의 형태로 또 민주적 방법으로 시행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쌓아온 민주적 가치, 도덕 등 세계에 기여한 부분이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단지 잘못된 문제점을 배우고자 함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상용화된 페니실린은 엄청난 사람의 생명을 구했으며 이런 항생제는 사람의 수명을 늘렸다. 1900년도 사람들은 평균 40대 초반에 생을 마감했다. 피임약과 세탁기가 얼마나 여성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 -  세상은 알면 알수록 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배가되는 것 같다.
 
지금 한국이 성취한 성공은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다행히 운이 좋아 미국과 서방의 편에 설 수 있었다.

이제 우리에 남은 과제는 이 짧은 기간의 성공 뒤에 가려진 부족한 면을 찾아내어 보완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만든 공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모두에 있고, 성실하고 근면하고 교육을 통해 이런 성공을 이룩한 위대한 국민이 그 주인공이다. 모두 이런 성공과 희생의 과실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자식은 부모를 통해 세상을 알고 배운다. 부모가 남을 존중하는 가족은 자식도 남을 존중한다. 나의 삶이 소중하듯이 남의 삶도 존중하면 세상이 편안해진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가구당 0.88 명 밖에 되지 않는 출생률이다. 심각하다는 일본도 1.44 명이다. 이렇게 집값이 비싸고 자식 키우는 데 내 삶을 모두 뺏긴다면 누가 결혼하며 자식을 낳을 것인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은 우리의 탐욕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세상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1952년 런던에서는 일주일 동안 4,000여 명의 사람들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했다. 지난 100년간 우리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 중  87퍼센트는 화석연료로 얻어진 것이며 지금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수십억의 사람들이 서구사회 현재 수준의 소비를 원하기 때문에 인류가 지구환경을 통제할 수준이 훨씬 지난 지 오래이다. 모두 시급히 논의할 문제이다.
 
IT 기술과 통신혁명은 지구를 하나로 묶어 놓았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10년, 2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쉽지가 않다. 현 코로나 사태도 그 속도의 문제이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교통의 발달로 수많은 사람이 여행하며 교류하는 속도 때문에 불과 몇 달 만에 전 세계가 전대미문의 같은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 사태 극복 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논의가 활발하다.
 
구시대의 사건들은 비교적 느리게 진행하였고 또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도 적고 느렸기에 역사가가 비교적 논리적으로 쉽게 기술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수많은 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 지금의 세상을 그들은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기술할까?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행운아들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현재의 인류는 전무후무한 보다 풍요로운 시대, 또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보다 보장된 시대를 살고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의 미래는 상당히 희망적이다. 즉 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역사이다.

평소 건강한 몸이지만 매일 헬스와 조깅 등 운동을 생활화하니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 책 읽기와 다큐멘터리를 보며 모르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니 그 재미 또한 쏠쏠하다. 또 여행할 수 있는 시간과 자유!

갑자기 찾아온 것 같은 수명 연장의 시대, 또 이른 은퇴의 시간을 메꾸기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잘 활용하면 보람된 노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세계사 읽기를 끝내며 나의 삶과 한반도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꼭 이 세계사 책 읽기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 해영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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