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마지막 날 밤

18년 3월 11일의 일기

by 애로

오늘 밤이 지나면 나는 다시 일상의 물결 속으로 떠내려 갈 것이다.

입원 마지막 날 밤.

수술은 끝났고 수술부위의 통증은 하루가 다르게 완화되어 수술 후 3일째인 지금은 별다른 제약 없이 먹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첫날은 전신마취의 여파로 가슴통증이 너무 심해 숨 쉬는 게 힘들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목과 폐가 굉장히 아팠다. 그리고 가래가 계속 끓었는데 뱉고 싶어도 목이 아파 뱉을 수가 없어서 계속 침을 힘겨이 삼켰다. 침을 삼키는 것도 이틀 동안은 아파서 힘들었다. 지금은 침 삼키는 게 아프지는 않지만 여전히 가래가 끓어 불편하다. 침을 삼키면 목젖 부근이 무겁게 꽉 막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래가 묽어지는 약도 그동안 두 번 먹었고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한 건 매한가지다.


엔 통통한 반창고를 붙여놓아서 아직 수술부위를 확인해본 적은 없다. 수술 부근을 더듬어 보면 얼얼하고 둔한 느낌이 난다. 마취가 덜 풀린 거 같은? 신경 조직이 건드려진 걸까, 여하튼. 남의 살 만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막상 퇴원하는 날이 되니 마음이 뒤숭숭하다. 수술도 끝났고 잘 되었고 나는 원래 생각했던 대로 약을 먹고 좋은 거 잘 챙겨 먹고 그렇게 일상으로 복귀하면 되는 건데 뭐가 그렇게 겁나는 건지 모르겠다.

자꾸만 눈이 뜨거워진다. 며칠간 정신과 약을 먹지 않아서일까, 왜 이렇게 불안하고 우울할까.


일상이라는 것이 낯설고

내가 다시 일상적인 순간에서

삶의 중심에서

살아가는 이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너무 머리 아프다

나는 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 화가 난다

늘 나더러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들 했다

내가 생각이 많은 건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삶이 존재해서이지

내가 생각을 많이 해서 생각이 많아지는 삶이 전개되는 건 아니지


꽃길만 걷자는 문장이 한창 유행했었더랬다

내 초년운이 좀 힘들다고 그랬다

30살부터는 좋아진다고 누가 그랬다

년 남지 않았는데 뭐가 어떻게 바뀌어나갈지

지금 내 작은 가슴으로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다

계단식으로 단계 단계 좋아지는 게 상식적 합리적이란 건 나도 잘 안다

암에 걸린 건 플러스 인가 마이너스 인가?

나는 지금 계단을 올라가는 성장하는 삶을 살아 내고 있는 건가

내 업보를 깨닫는 것이 이번 생의 종착점일까


얼떨결에 얼떨결에 얼떨결에 지금 여기 병실에 있다

수술은 끝났다

암세포는 제거되었고

내 몸에 이제 갑상선이라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치료에 집중하고

나는 일상으로 다시 다이빙해야 한다

나는 그냥 걷고 싶다

어쩌면 나는 걷거나 나는 존재인데 자꾸만 헤엄치고 허우적대는 삶에 던져져서 이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