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놓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창원에 사는 친구가 새 차를 뽑았다길래 한걸음에 내려갔다. 강렬한 레드 컬러의 콜로라도에서 Justin Timberlake - Tunnel Vision이 흘러나온다.
오랫동안 나는 좁고 제한된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인정 욕구와 완벽주의의 강박 속에서, 나 자신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거짓된 말과 원망 섞인 마음이 내 안에서 나를 좀먹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울한 감정들이 온몸을 잠식한 뒤에야 비로소 알아차렸다.
열등감과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기. 끝도 없이 어둠 속으로 나 자신을 몰아붙이던 시기. 그렇게 다시 쌓여가던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붙잡고 있던 것들은 결국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버스 안, 차창 너머로 산을 본다. 산에는 눈이 쌓여 있고, 저 눈은 머지않아 녹아 사라질 것이다.
그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흘러가는 것들을 붙잡지 않을 때,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할 때, 그때서야 내게 남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삶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는 것들을 마주한다. 꽃이 피듯 사랑이 시작되고, 꽃이 지듯 관계도 끝이 난다. 감정이 오르고 내리며, 생각이 변하고, 때로는 삶의 방향조차 흔들린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 눈물이 흘렀다.
마치 영혼이 위로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자연과 분리된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지만, 실상 우리의 모든 것—감정, 생각, 의식, 심지어 몸조차—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변화를 거부할수록 더 깊이 괴로워진다. 마치 흐르는 강물을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자연을 대하듯 자신을 대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이롭게 바라보듯, 자신의 삶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매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
이러한 깨달음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내 곁을 스쳐 간 소중한 인연들 덕분이었다. 때로는 나를 가르쳐주고, 때로는 나를 흔들어 놓으며,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 사람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결국 같은 강물 속에서 함께 흘러가는 존재들이다. 자연을 공경하듯 타인을 공경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친절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이제 나는 더 이상 불완전한 나를 괴로워하지 않기로 한다. 행복할 때도, 흔들릴 때도, 나는 나일 것이다. 강물이 흐르듯, 바람이 지나가듯,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살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끝없이 흘러가는 삶 속에서, 나는 무엇을 놓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