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위로

변덕스러운 마음

by 도진

써놓은 글이 많지만, 오늘은 그중 하나도 올리고 싶지 않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분명 올리고 싶은 글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어떤 문장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이 되다 보니

이전처럼 가볍게 쓸 수가 없다.

이전엔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졌는데,

이제는 쓰기 전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해야 할 일도 많다.

운동도 해야 하고, 논문도 읽어야 하고,

영어 공부도 해야 하는데,

하나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냥 귀찮은 걸까?

아니면, 시작하면 끝까지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일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예 시작조차 못 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결국 아무것도 안 한 채 하루를 흘려보낸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해야 할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고,

나는 그것들을 보고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또 책망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완벽하게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손도 못 댄 날보다

대충이라도 시작한 날이 덜 후회됐다.

엉망이어도, 하다 만 것도, 다 의미가 있었다.

결과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뭐라도 한 날이 더 나았다.


그러니까 오늘도 그냥…

헬스장 앞까지라도 가볼까.

책상에 앉아 멍하니 있어도 괜찮겠지.

아니면 그냥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자.


그렇게 가벼운 마음이

러닝머신 위에서 10km를 달릴 수 있게 해 주었고,

잠시 카페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작은 여유와 평온을 느끼게 해 주었고,

영어 문장 10개를 외울 수 있는 집중력을 만들어주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 해도 되고, 해도 되고.

어느 쪽이든 사실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내가 해야 한다고 믿을수록 부담이 커졌고,

안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괴로워졌다.

하지만 실은, 그 모든 괴로움이 내 마음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일지도 모르겠다.

별거 아닌 걸로 마음이 무거워졌다가,

또 별거 아닌 걸로 괜찮아지는 날도 있으니까.


그러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오늘 나처럼 흐릿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그냥 흐르는 대로 둬도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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