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말 한마디, 책장 사이에 숨은 구절 하나, 무심코 흥얼거린 멜로디의 조각들이 자극일 수도, 따뜻함일 수도 있는 모습으로 어느새 나의 무의식에 스며든다. 그리고 그 무의식의 자리에서 피어난 어떤 문장, 어떤 창작물이 과연 온전히 ‘나’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수많은 인연 속에서, 때로는 바람을 닮은 소리 하나에 흔들리고, 때로는 눈부신 문장 하나에 눈을 감았을 뿐인데 그 모든 흔들림과 침묵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러니, 내가 만든 것이라 말하는 이 글조차 정녕 나만의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최소한의 규율 위에서 존중과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창작자는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되, 그 권리에 집착하거나 분노하지 않을 때 비로소 더 건강한 공동체가 피어날 수 있다고.
나의 작품은,
세상에 머물다 조용히 흘러갈 한 조각 바람일 뿐.
그러니 나는 다만,
성실히 쓰고,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닿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