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논리야 놀자!

삐빅! 오답입니다! 논바이너리입니다!!!!!

by 비둘기

오랫동안 지정 성별 남성으로 살았습니다. 그 지점에 대해서는 큰 불편함이 없었어요. 성별 불쾌감은 있었지만, 물리적 트랜지션을 심사숙고할 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설명을 귀찮아합니다. 기존의 젠더 질서를 무시하는 것 같은 착장을 하지도 않았어요. 패션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도 한몫하겠네요.


심지어 전 ‘남성적’인 취미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맥주와 위스키를 마시며 80년대 헤비메탈을 들었습니다. 액션 영화, B급 영화, 서부 영화를 좋아해요. 익스트림 스포츠와 스트렝스 스포츠를 즐깁니다. 비즈니스 캐주얼과 워크웨어를 자주 입고 다닙니다. 제 대부분의 친구들은 지정성별 남성이에요. 이쯤 되면 궁금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일반적인 시스젠더 남성과 구분될 수 없는 다양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면, 어째서 제가 시스젠더 남성이 아니라 논바이너리로 자신을 정체화했는지에 대해서요.


raw?se=2025-07-28T14%3A14%3A01Z&sp=r&sv=2024-08-04&sr=b&scid=d122fea4-1a51-54fd-b414-f0c8843dc4c2&skoid=add8ee7d-5fc7-451e-b06e-a82b2276cf62&sktid=a48cca56-e6da-484e-a814-9c849652bcb3&skt=2025-07-27T21%3A43%3A48Z&ske=2025-07-28T21%3A43%3A48Z&sks=b&skv=2024-08-04&sig=WUgcYBnXTNx36OcirlYTrTLk6kV4fhz%2BBXbXxdihCgM%3D Whiskey in the jar oooooohh

뜬금없지만 논리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가설, 논지, 인과관계, 모순, 정반합. 듣기만 해도 호흡이 차분해지고, 또 조금은 설레는 단어들이요. 차 한잔을 내오고 싶은 기분이네요. 마침 비도 오고 하니까요.


안타깝게도 저는 논리학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진 못했어요. 교양서적, 철학 서적 등을 읽으며 간접적으로 그 세계관에 익숙해졌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앎, 진리, 규칙 - 혹은 당신이 이를 뭐라고 부르든 간에 - 같은 것들을 찾고자 하는 싸움과, 그 싸움의 방식을 좋아했습니다. 그 분투에 기꺼이 뛰어드는 사람들을 흠모했습니다. 무언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의심하고, 그를 통해 더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가는 과정들도 사랑했습니다. 무슨 느낌인지 아주 잘 알 것 같았거든요.


당신은 자신이 생물임을 의심해 본 적이 있나요? 한국어 화자임을 의심해 본 적은 있을까요? 내가 통 속의 뇌인지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아마도 사고 실험 이상의 목적으로는 진지하거나 깊게 의심해보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그랬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대부분의 독자님들은 아마 본인이 여성 혹은 남성인지에 대해서도 크게 의심을 해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제가 누구인지에 대해 크게 의심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을 ‘세계의 평균’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까요. 대충 남들이 나를 ‘남성’으로 생각하니까 대충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살면서 겪었던 끊임없는 위화감들은 토대로 귀납 추론 해보건대, 제가 논바이너리 데미섹슈얼 어쩌고…라는 가설에는 충분한 신빙성이 있었습니다. 제가 시스 남성처럼 보이고 행동하고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 오컴의 면도날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 저는 논바이너리 뭐시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아프시다고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젠더 가면무도회가 코앞이거든요! 자세한 설명은 가는 길에 들으시죠!

raw?se=2025-07-28T14%3A33%3A04Z&sp=r&sv=2024-08-04&sr=b&scid=e6804cf0-afe9-58a8-8097-c5fddd8f685a&skoid=add8ee7d-5fc7-451e-b06e-a82b2276cf62&sktid=a48cca56-e6da-484e-a814-9c849652bcb3&skt=2025-07-28T10%3A14%3A55Z&ske=2025-07-29T10%3A14%3A55Z&sks=b&skv=2024-08-04&sig=90ZiZHZQ%2BIjM5xKc99Yjrn74TXa4JZ8RDfX%2BXwMHNio%3D 안드레 백작, 아주 훌륭한 파티로군요!



이전 05화4화 - 내 오랜 친구 '외로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