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7.02.22
To. 엄마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에요. 그 사람이 나쁜 곳으로 가든 좋은 곳으로 가든 말이에요. 또 한 사람이 전역을 하고, 사회로 돌아갔어요. 기수 차이가 참 많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친해져서 보내주기가 아쉬운 사람이었어요. 처음으로 전역할 때 선임이 아닌 친구가 된 사람이기도 하고요.
계속 떠나보내야 마침내 나도 떠날 수 있는 곳이 군대라지만 때로는 이렇게 채우기 싫은 빈자리가 생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수송 대대원이 되고 처음으로 들었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나가야 네가 나갈 수 있다고. 처음에는 이놈의 120명이 언제 다 나가나 했는데, 이제는 나가는 사람이 조금 그리워지네요. 지난주에 드디어 맞선임이 상병이 되었어요. 이제 한국에서 우리보다 높은 일병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었고요. 시간이 가네요. 시간이 가요.
휴가가 끝나고 싱숭생숭 답답했던 것도 잠시, 나는 또다시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일하는 거야 뭐 여전히 잘하고, 책도 잘 읽고 있네요. 요즘은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읽고 있는데 오랜만에 참 단단한 작품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또 요새는 새로운 잡지들을 찾아 읽는 재미에 빠졌어요. 뚜르드몽드라고 여행 잡지를 골랐는데, 이번에 노르웨이 북부에 관련된 과월호를 읽고 진짜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어 져 이름을 외워두었어요. '노르카프', 유럽의 북쪽 끝이라고들 한다는데 내가 이런 타이틀에 끌리는 경향이 있나 봅니다. 피니스테레 끝자락에 서서 '여기가 세상의 끝이구나' 했을 때 참 두근두근했는데, 노르카프에서도 그런 기분이 들까요.
잘 살고 있는 아들. 또 편지 쓸게요, 사랑해요.
2017.02.22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