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지 못하는 시간

예순아홉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7.02.17

by 김형우


To. 엄마


길어봤자 짧은 휴가. 이번 휴가는 5박 6일이나 되었는데도 왜 이렇게도 짧게 느껴졌던 것일까요. 바빴던 탓일까, 너무 피곤했던 상태로 나갔던 탓일까. 왜인지 모르게 이번 휴가는 참 지치고, 숨이 차고, 답답했어요.


이번 휴가는 친구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대학교에도 오랜만에 찾아가 친구들과 티타임을 가지기도 했고, 고등학교 친구들도, OKU 친구들도 한 명씩 만나 뭐하고들 살았나 뭐하고들 사시나 이야기를 들어봤네요. 누구는 금융공기업을 준비하고, 누구는 CPA를 준비하고. 누구는 키스트에서 석사 과정에 들어갔고, 누구는 언어학 대학원생이 된, 그런 '뭐하고 삽니다' 하는 이야기들. 재미있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안쓰럽기도 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왜 그렇게 가슴이 무거워졌을까요.


가슴에 얹힌 것 같은 그 기분은 아마도 부러움이었겠죠. 군생활에 큰 불만은 없고, 오히려 이 생활을 즐기고 있던 것 같았는데, 자신의 인생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생긴 한숨 한 움큼. 나도 저렇게 내 시간을 쏟고 싶고 저렇게 미친 듯이 내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군인이라는 신분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라 낑낑 대며 걸어가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억울하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인 게 그나마 다행인 것일까요.


책을 읽고, 블로그를 하고, 계획을 짜고. 군인 치고는 스스로의 삶을 위한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 마음속의 허한 느낌이 가시질 않아 답답해요. 상병이 되고, 여유가 좀 생기면 괜찮아질까요. 조금 쉬면서 마음을 좀 가라앉혀야겠어요. 고민은 마치 봄을 질투하는 꽃샘추위처럼, 아프지만 가볍게 스쳐 지나가길 바라봅니다.



2017.02.17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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