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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Jun 13. 2019

빠트린 6월의 편지 02.

일흔아홉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To. 콩 아가씨


 마음이 굶주린 아이처럼 쉼 없이 책을 읽어내고 있어요. 오늘은 구대회 씨의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책을 끝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카페를 하기 위해 커피 공부를 하고, 세계 커피 여행을 하고, 팟캐스트도 제작하는 등 재미난 인생을 살며 커피집을 하시는 사장님의 이야기예요. 카페를 하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팁을 전해주는 책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꼭 내가 카페를 하지 않더라도 배워야겠다 싶은 좋은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대회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카페가 콩네 집 근처라고 해서 다음에 한 번 같이 찾아가 보려고 해요. 이런 분이 만들어내는 커피는 과연 어떤 맛일까요.




 또 한 번 많은 일들을 끝내고 왔어요. 어제 스페이스 챌린지가 끝났습니다. 재밌는 행사긴 했지만 너무 힘들었던 나날들이었어요. 행사 전 날부터 항공기 전시를 위해 7시간도 넘게 토잉을 하고, 어제도 전시했던 항공기들을 다시 집에 데려다주느라 고생을 좀 했어요. 블랙이글스도 데려다가 예쁘게 눕혀주었고, 지게차가 필요한 일도 많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며 일을 많이 했답니다. 월요일에 지게차로 전투기 날개도 내려본 후에 이제 정말 새로운 일은 없겠지 싶었는데, 어제 6.25 전쟁 때 활약했던 전투기들과 옛날 블랙이글스 항공기까지 토잉을 해보라고 해서 정신이 혼미했답니다. 위로휴가를 주시긴 한다는데 거참, 위로휴가 한 개로는 조금 섭섭할 정도의 근무였네요.


 6월 들어 참 많이 바빠서 여러 가지 것들을 손에서 놓은 것 같아요. 달력에 하루하루 어떤 일을 했는지 적어두는 것도 한동안 못 쓰게 되었고, 열심히 써두려고 하는 이 편지도 많이 줄었어요. 블로깅도 줄였고, 가끔 쓰던 쪽글들도 요즘 많이 뜸했던 것 같아요. 독후감도 줄었고요. 줄어든 삶의 텍스트들. 어쩌면 요새 글을 많이 읽고픈 것이 내 안의 텍스트가 동이 나버려서 그런 것 아닐까요.


 많이 게을러졌다고 해야 할지, 쉬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쉬우면서도 아쉽지 않은 시간들 같아요. 붙들고 있던 많은 것들을 놓아버리긴 했지만 가슴이 답답하지는 않은 것을 보니 이 휴식이 참 많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틀, 아니면 사흘 간격으로 책을 읽어 넘기는 중이에요. 마치 길 잃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텍스트를 뜯어먹고 있습니다. 영화도 열심히 빌려다보고 있고, 여전히 일주일 중 6일은 야근에 초과근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알찬 시간들 아닌가요. 공군 오면 일과 후에는 놀고먹는다고 그랬는데 다들 거짓말쟁이들이었나 봅니다.



2017.06.21 - 2017.06.25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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