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6 - 2018.05.15, 군대에서 보낸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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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 2018.05.15. 길다면 길고,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고 한다면 그런 것 같기도 한 시간. 2년간의 군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저는 편지를 썼다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연인에게. 대부분의 군인 친구들은 전화를 하지 못하는 훈련소나 기본군사훈련단 기간에 잠깐 펜을 들게 되곤 하지만, 저는 군생활이 끝나는 마지막 날 새벽에도 펜과 편지지를 손에 쥐고 마지막 편지를 적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다양했어요. 적어도 군대에서는 컴퓨터를 하지 말자는 생각에 전역하는 날까지 싸지방 아이디조차 만들지 않았던 것도 이유라면 이유가 될 수 있겠고, 한 달에 정시 퇴근을 하는 날이 5일도 되지 않았던 바쁜 부서에서 일을 했던 것 때문일 수도 있겠죠. 전화를 적게 한 것도 아니었어요. 여자친구와는 시간이 될 때면 한 시간, 두 시간은 거뜬히 넘을 정도로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거든요.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그저 편지라는 수단이 좋아서. 고운 글과 말씨들로 섬세한 생각과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그 수단이 너무 좋아서였던 것 같아요.
짧은 쪽 편지까지 포함하면, 2년 동안 제가 적은 편지는 100편이 넘어갑니다. 대부분은 군인이 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친구에게 보낸 편지들이지만 그 안에는 생일을 맞은 형에게 보낸 편지들도, 위로가 필요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들도, 작은 아들이 어떻게 커 나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들도 있죠. 책을 읽고 쓴 말들도 있고, 뉴스를 보고 느낀 생각들도, 일상 속에 있었던 어떤 자그마한 사건들이 계기가 되어 준 글들도 있네요. 심지어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 농단 사태 당시의 편지들도 몇 편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전역을 한 지 오늘로 딱 3주가 되었어요. 그리고 오늘부터 저는 이 2년간의 편지를 하나씩 브런치를 통해 연재를 해볼 생각입니다. 글솜씨가 부족했던 부분은 조금 손을 보고, 둘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할 때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두 문장 정도를 첨가하고 편집을 거치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 날 그때의 생각과 마음을 최대한 살려 적어낼 예정이에요. 저를 제외한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을 쓰고, 여자친구의 경우에는 콩이라는 애칭 혹은 평소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누나 혹은 우리 아가씨라는 호칭을 사용할 테니 이 점 이해해주시길 바라요.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위안이 되어주었던 편지들이었던 만큼, 부족하더라도 차분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이 편지들이 여러분에게도 하나의 위로가 되어 줄지.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에 섰습니다. 더운 하루겠지만 오늘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일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네요. 편지 쓰는 사람 형우의 브런치 '목마'였습니다.
2018.06.05 - 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