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40살이 넘은 스피커가 있다. 스피커는 내가 국민학교 때, 아버지께서 해외 건설현장에서 일하실 당시 사 오신 마란츠 전축에 포함되어 있던 JBL사의 모델로 당시에는 고가였을 것으로 생각될 만큼 크기도 그 무게도 묵직하다.
이러한 역사를 담고 있는 스피커와 전축에 연결되어 있는 20살짜리 CD플레이어는 부모님께서 처음 구입하셨던 기계가 고장 나서 내가 대학교 때 돈을 모아 구매한 것이다. MZ세대는 모르겠지만 국내 음향기기 브랜드로 유명했던 인켈의 모델이었으며 5개의 CD를 한꺼번에 넣을 수 있는 체인저 기능(5 DISC Automactic Disc Loading System)은 그 당시 신기술로 유일무의 했다. 지금도 좋아하는 CD 몇 장을 한 번에 플레이어에 넣어두고 중간에 교체 없이 듣는 편리함은 당시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이 든다.
아픈 소리를 내도 네가 좋아
하지만 MP3의 발명과 다양한 음원스트림서비스가 도래함에 따라 이러한 체인저 기능은 시대의 뒤안길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나의 CD플레이어도 이러한 세월의 흐름 속에 나이가 들고 풍파를 겪으며 이제는 재생 버튼을 누르면 티카티카 판 돌아가는 기계 소리를 내고 있다. 가끔 LP음반이 튀는 것 처럼 음이 튀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그 외에는 큰 문제없이 그간 모아 온 CD 음반의 소리를 잘 뽑아주고 있기에 티카티카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래 오늘도 수고 많네라며 혼잣말로 위로하곤 한다.
동병상련이라서 그런 걸까? 조금 아픈 네가 더 좋아
이제는 재활을 통해 많이 나아졌지만 찌릿찌릿한 발 저림을 크게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내 몸이 익숙해져 가는 것처럼 재생 중 들리는 조금은 아픈 듯한 소리가내 귀에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아니 어디 가서도 들을 수 없는 이 세상 하나뿐인 소리임에 더 애착이 가고 정겹게 느껴진다.
걱정 마! 죽을 때까지 보살펴줄게!
누군가는 그냥 새거 사서 들으면 되지 쓸 때 없이 유난 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다만, 나는 이유 있는 유난을 떨고 있다.
내가 선택해서 데려왔고 CD 음반 주류이던 시대를 함께 했던 그래서 지금 아픈 곳을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기에 떠나보낼 수 없다. 아프면 주물러 주고 더 아프면 수술도 시켜 꼭 살려내 옆에 두고 보살필 것이다! 그러니깐 너는 걱정 말고 무리 말고 부디 정겨운 목소리 오래오래 들려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