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밀(hand mill) : 손으로 분쇄 손잡이를 돌려 커피 원두를 잘게 부스러뜨리는 기구
나에겐 맘에 드는 물건을 맘에 담아두었다가 무언가 해냈을 때, 또는 아주 우울할 때 지르(구매)는 습관이 있다.
주변에서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커피를 멀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방송에서 종이 필터에 거른 커피는 그나마 좋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원두를 갈아 내려마시는 드립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작품을 제작하면서 작업 연장은 좋은 것을 써야 작업 시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는 명언?을 실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나는 곧, 원두를 분쇄하는 핸드밀을 검색하고 관련 제품 리뷰를 읽고 비교 분석하는 장고의 기간에 들어갔고, 결국, 수동과 전동 그라인더 중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하는데 3일, 수동 그라인더 가운데 어떤 모델을 선택할지 고민하는데 4일, 꼬박 일주일 만에 원하는 제품의 모델을 결정할 수 있었다.
결정을 내린 후, 남은 건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해냈는지? 아니면 너무 우울한지?를 묻고 답하면서 지름의 때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여 이전보다건강이좋아졌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긍정적인 목표달성에 대한 보상이란 관점에서 지름의 당위성을 찾아냈다.
1Z PRESSO사의 K pro 모델 (2021년 구입)
직접 갈아서 내려 만든 커피의 맛과 향
통상 물건을 구매할 때, 디자인과 기능 사이에서 디자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지만 이 녀석은 다른 제품과 달리 상단에 다이얼 게이지로 원두의 분쇄정도를 쉽게 조정하도록 한 기능적인 면까지 충족한 직관적 디자인으로 내 취향을 사로잡았다.
집에 도착한 제품을 개봉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원두를 넣고 핸들을 열심히 돌렸다. 손으로 전달되는 원두를 가는 느낌과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저절로 기분을 좋아지게 했다. 역시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보람이 있어라고 혼잣말을 하며, 드립퍼에 종이 필터를 깔고 커피 가루를 넣은 후, 끓인물을 천천히 정성스럽게 수차례 부어주었다. 타인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주는 커피가 아닌 직접 노동력을 들여 분쇄 정도를 조정해 가며 만든 커피라서 그럴까? 맛도 향도 더 깊이가 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