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하고 싶은 마음
카페에 나와 산책을 하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우리는 매일 전화를 했다.
친구는 늘 내 일을 자기 일처럼 고민해 주고,
다정하게 위로해 줬다.
“나 원룸 가계약 했어.”
“이제 진짜 결정한 거네.
부모님한테 말씀 안 드리고 나올 거야?
그래도 아버님한테는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중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는
내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나와 아빠, 우리 둘 모두를 걱정했다.
“너 아빠한테도 말 안 하면 후회하는 거 아니야?
아버님은 너 마음 이해해 주실 수도 있어.
아버님이랑도 연락 안 하게?”
사실 나는
당장 집을 나와서 어떻게 살지, 무슨 돈으로 살지,
가족구성원으로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만 생각했다.
정작 아빠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게… 우리 아빠라면 이해해 줄까?
동생을 두고 나가는 것 때문에 더 화낼 것 같아.”
나는 이미, 어떤 결정을 할 때
엄마 아빠의 허락을 받는 건 오래전에 포기했다.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허락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싫었다.
“언제 다시 연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평생 안 볼 생각까지 하면서 나오는 거면…
네 입장은 말하고 나와야 하지 않겠어?
당장은 화내실지도 모르지만,
떨어져서 생각하시다 보면 이해해 주실 수도 있어.”
맞다.
아빠는 언젠가는 이해해 줄 것 같았다.
사실, 평생 안 봐도 된다며 마음먹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아빠랑은 멀리서나마 연락하며 지내고 싶었다.
“근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는데.”
“아직 시간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나도 도와줄게.”
집 계약만 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머리가 다시 지끈거렸다.
아빠와 나눌 대화를
여러 시나리오로 떠올려보려 했지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사실은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그 생각을 하는 것조차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