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나를 뒤적이며 찾은 해결방법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그때 처음 마음을 꺼냈던 그곳을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았다.
학업이 중요한 시기인 고2 때,
나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면 아빠에게 데리러 오라고 떼를 쓰고,
트럭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울었다.
밥을 먹다가도 울고, 방에 들어가서도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기만 하던 어느 날,
이모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라야, 청소년상담복지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거긴 정신과처럼 진료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대. 한 번 가볼래?”
‘상담센터’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었다.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딱 한 번만 가보자는 마음이었다.
상담 첫날,
생각보다 쉽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렇게 일 년 동안 매주 상담을 받았다.
상담 마지막 날,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는 해결한 뒤에 이야기하러 오네?
스스로 방법을 찾을 줄도 알게 됐구나.
정말 많이 성장했어, 아라야.”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상상도 못 한 변화였다.
한 주 동안 힘들었던 일들을 상담에 가져갔는데,
어느새 상담을 하기 전 스스로 답을 찾아
“이런 일이 있었고, 이렇게 해결했어요”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날을 끝으로, 난 상담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예전에 여기서 상담받았었는데요.
혹시 상담 예약할 수 있을까요?”
“생년월일 말씀해 주세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혹시 청소년만 상담이 될까?’ 하는 걱정이 스쳤다.
다행히도 이곳은 청년 상담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상담 날짜를 잡으면서
꼭 그때 그 선생님으로 예약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다음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라야~ 잘 지냈어?
상담받고 싶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
익숙한 목소리였다.
다시 상담하는 게 멋쩍었지만…,
내 상황은 급했다.
‘이번에도 딱 한 번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근처에도 상담센터는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곳으로 오고 싶었다.
처음부터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필요했다.
며칠 뒤,
교복을 입고 쭈뼛거리며 들어갔던
그곳에 다시 와 있었다.
반가운 선생님을 만나
지난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쌓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며
선생님과 나 사이의 틈을 메웠다.
결국 아빠에 대한 조언은 많이 듣지 못한 채
상담이 끝났지만
“그래도 꼭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어.”라는
선생님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상담실을 나와,
건물 계단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예전에도 그 계단에 앉아
버스에 타기 전 빨개진 눈을 식히곤 했었다.
한참을 돌아와
다시 이곳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착잡했다.
그래도, 나를 도울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