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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밤 May 10. 2022

애착과 인형의 조합에 대하여

‘나는 인형이 아니라 사람이야’

네 살 아들이 마음이 슬프고 힘들 때 찾는 두 가지는 너덜너덜해질 만큼 만지고 껴안은 애착 인형 ‘토끼’, 그리고 엄마다. 공통점은 아이와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무엇이란 것, 그리고 아이가 원할 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인형은 말이 없다. 표정도 늘 한결같다. 같이 놀기 싫다며 도망가거나 피곤하다며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는 일도 없다. 화도 내지 않고, 소리도 지르지 않는다. 감정이 없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엄마 또한 아이에겐 살아있는 애착 인형에 가까울 것이다. 안고 있으면 안정감을 주는 존재. 기쁠 때 함께 웃고, 슬플 때 안겨 울 수 있는 존재.



아들의 애착인형 ‘토끼’



“너를 안고 있으면 안정감이 와. 나는 너를 안고 있어야 잘 수 있어.”



아들이 애착 인형을 보며  법한  말은 남편이 나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같이   10년이 다되어가니 이젠 없으면 허전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나보다. 그는  나를  안고 잠든다. 불안하거나 마음이 조급해질  더욱 그렇다. 아들이 애착 인형 ‘토끼 찾듯, 남편은 나를 찾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때문에 화가  때도 있다. 내가 ‘안고 싶지 않다 기분이  때도 그는 나를 안고 자려하기 때문이다. 손이라도 잡고 잠에 드는 사람.



혹여 거절이라도 하게 되면, 거절한 사람과 거절당한 사람 모두 조금 속상해진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사람처럼, 가끔은 인형처럼 반응하게 된다.



부부 사이가 늘 좋을 수만은 없다지만 내 기분이 어떤지 헤아려주길 바라는 건 사치일까? 어쩌면 남편도 알고 있지만, 피곤하고 늦은 밤 유쾌할 리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을 것이다. 쓴 뿌리를 마주하기 싫어 포옹으로 무마하거나 회피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인형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말하고 싶다. 서로 사랑하려고 함께 사는 거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버릴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눈에 별 것 아닌 것에도 마음이 상하는 것도 나, 사이가 좋을 땐 너만큼이나 나 또한 꼭 안아주고 싶은 것도 나인 걸. 그게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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