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나’를 인정하기
내 외모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셀피도, 남이 찍어주는 사진도 잘 찍지 않았다. 나는 카메라 앞보다 카메라 뒤가 익숙한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예쁘게 사진으로 남기는 일이 즐거웠다.
여느 때처럼 가족 여행을 다녀와 찍은 사진들을 보정하고 있는데, 문득 사진 속 아이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때마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네가 부러워.'
나도 모르게 '누가 나도 이렇게 찍어줬으면' 하는 솔직한 바람을 다른 사람을 찍으며 표출하고 있었던 걸까. 피사체로서 스스로를 별로라고 평가한 나는, 어쩌면 내가 찍히고 싶은 대로 타인을 찍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가족 여행 사진을 보정하다 갑자기 '괜찮은 내 사진 하나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와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뭐 어때? 내가 좋은 모델은 아니라도 나의 예쁜 모습을 찾아 담아줄 사진작가를 만나면 되잖아.' 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카메라 뒤의 사람'으로 머물러 있던 시기를 지나 '이런 나라도 예쁘게 찍어줄 사람을 찾는 사람'으로 전환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내친김에 프로필 사진 촬영을 예약했다. 쓸 곳은 없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멋진 사진 하나 남기기 위해.
낯선 사람 앞에서 오롯이 나만 찍히는 경험은 새로웠다. 카메라 앞에 설 때는 기껏해야 가족사진을 찍을 때였는데, 이번 촬영은 아이나 남편에게 기댈 수 없었다. 카메라가 바라보고 있는 피사체는 오로지 나 하나뿐이었다.
1시간의 촬영 시간 중 20분 가량은 작가님과 얘기만 했고, 나머지 시간엔 작가님이 포즈와 시선을 신중히 잡아주셔서 정확히 필름 1롤, 36컷을 촬영했다.
어색해서 촬영 중 헛웃음이 여러 번 나왔지만, 작가님을 믿고 한 컷 한 컷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다. 스스로를 좋은 피사체라 생각하지 않는 나에게 필름 프로필 촬영은 여러모로 큰 도전이었다.
필름 스캔을 기다리는 동안, 결과물에 카메라가 어색한 내 모습이 담겨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므로 너무 겁먹지 않기로 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내 사진을 맡긴다는 건 나도 모르는 내 모습, 익숙하게만 보던 모습에서 벗어나는 걸 원한다는 뜻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사진을 받은 날, 묘한 기분이 들었다. 멋진 분위기 속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 생김새는 여전히 마음에 차지 않았지만 왠지 괜찮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카메라 앞에서 어느 쪽 얼굴을 더 들이밀어야 할지도 알게 됐고, 알고 있던 단점과 함께 장점도 새로이 알게 됐다. (한 번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도.)
그렇게 마음과 몸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공들여 찍은 프로필 사진을 SNS에 올린 뒤, ‘예쁘다’는 댓글이 달렸다.
우습게도 그런 댓글을 보면서도 사진 속 내가 거짓 같아서 맘껏 좋아하지 못했다. 사진 속 인물은 평소의 나, '평균의 나'는 아니니까. 샵에서 전문가에게 헤어 메이크업도 받고, 모난 부분이 도드라지지 않게 조금 보정도 했으니까.
'프로필 사진은 다 그렇게 자기 같지 않은 자신을 담기 위해 찍는 거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하지만 이 유난 같은 생각이 나에게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질문이었다.
'최하의 나'는 늘 의식하며 괴로워하는 주제에, '최상의 나'는 그 또한 나라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였기에. 사진 속 나를 거짓이 아니라 '최상의 나'라고 인정하기 위해서 말이다.
쓸모없는 멋진 사진을 찍으며 나는 한층 나를 더 알게 됐고, 사랑하게 됐다. 이제는 오롯이 나만 찍힌 예쁜 사진들을 나는 부끄럼 없이, 어떠한 부정 없이 자주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