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숲 with IntoBlossom Aug 08. 2023

[완벽한 바나바] 불완전한 존재들을 위해

거울 앞 그림책 다섯 번째.

서명: 완벽한 바나바

저자: 글/그림 테리 펜, 에릭 팬, 데빈 펜

역자: 이순영

발행: 북극곰 (2020)

원제: The Barnabus Project (2020)


<완벽한 바나바>, 북극곰 제공

 '코끼리인가?' 했더니 너무 작은 몸집에 기다란 꼬리가 보입니다. 생쥐 같기도 해요. 이 묘한 생김새를 지닌 작은 친구는 바나바입니다. 그냥 바나바가 아닌 '완벽한' 바나바이지요. 바나바는 무슨 사연인지 답답해 보이는 작은 유리병 안에 갇혀 있습니다. 유리병에 비추는 한 줄기의 햇살에 저곳이 얼마나 어두운 곳인지를 역설적으로 직감합니다. 바나바가 독자인 우리를 바라봅니다. 꼭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지요. 한편, 뒤표지를 보니 바나바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유리병은 와장창 깨져있네요.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무척 궁금해집니다. 바나바는 어디로 간 걸까요? 바나바는 어떻게 '탈출'을 한 걸까요?



<완벽한 바나바>, 북극곰 제공


귀여운 바나바. 비밀스러운 지하 실험실에서 삽니다. 반은 생쥐, 나머지 반은 코끼리를 닮은 친구지요. 바나바는 평생 실험실에서 살아왔습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보송보송 바나바. 바나바의 탄생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바나바가 사는 실험실은 좀처럼 눈에 띄기 쉽지 않은 은밀한 곳입니다. 평범한 마을의 땅 밑, 아무도 정체를 모를만한 그런 장소입니다. 복잡한 작은 방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어 바나바가 있는 방을 찾는 것도 어려워 보여요. 가만히 비밀 실험실의 단면을 살펴보면 이 실험실이 땅 위 어떤 곳과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곳은 가게입니다. 발리오 반려동물을 파는 펫샵이지요. '완벽한 반동물'을 살 수 있는 펫샵. '완벽한'이라는 수식어가 반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들이 가게 앞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니 무척 인기가 많아 보이네요.


<완벽한 바나바>, 북극곰 제공


<완벽한 바나바>, 북극곰 제공

 '완벽한 반려동물' 가게에는 바나바 이외에 수많은 친구들이 살고 있습니다. 모두 바나바 같이 비밀실험실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완벽한' 기준에 들지 못한 후보군일 뿐입니다. 평생 밝은 해를 보지 못한 채 몸이 꽉 차는 좁은 유리병 안에서 생활합니다. 유리병 안 친구들을 살펴보니 모습이 참 제각각이네요. 자신이 왜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는지 알 리가 없고, 그저 본능적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깥세상을 그리워합니다.


<완벽한 바나바>, 북극곰 제공

 바나바는 붉은색 글씨로 '실패'라고 쓰인 작은 유리병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나바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이 좋았지요. 그리고 바나바는 언젠가 어렴풋이 들었던 별을 보고 싶습니다. 상상합니다. "나도 풀밭에 앉아 별을 보고 싶어." 옆의 친구가 말합니다. "불가능해." "불가능한 건 없어."


 깜찍한 반려동물들의 탈출 스토리 <완벽한 바나바>는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반려동물 가게 지하에서 시작합니다.  눈이 좀 작아서, 털이 부드럽지 않아서 '완벽'한 반려동물 레이블을 달지 못한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실패'의 낙인이 찍힌 유리병 속에서 살아갑니다. 완벽과 실패의 기준은 철저히 반려동물을 구매하는 사람들입니다. 개성만점 귀여운 친구들이지만 사람의 기준에 의해 외모가 판단되고, 소중한 생명이지만 물건처럼 취급받습니다. 태어난 것도 자유롭게 사는 것도 통제 하에 존재합니다. 바나바는 가게 지하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자유를 꿈꿉니다. 살아있으니까요. 세상에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소리치며 탈출을 감행합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렵지요. 이는 온 친구들이 함께 힘을 합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다양성, 용기, 우정 무엇보다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생산'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가 버무려져 있는 그림책입니다.



 어 멋진 그림책 작가 형제인 펜 브라더스의 아름다운 달빛과 별빛을 그들의 그림책을 통해 꼭 감상해 보세요. 그들의 빛은 따뜻하고 환상적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붉은신] 그곳에 붉은신은 없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