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숲 with IntoBlossom Aug 05. 2023

여름, 쿄로짱

말 短.



우리 집 부엌 장식장에

파란색 곰돌이 빙수 가기 자리 잡고 있다.

일본 타이거사 제품인 일명 '쿄로짱' 빙수기.


복각품도 구하기 힘든 빈티지 제품으로

얼음을 갈면 곰돌이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아주 귀엽다.


한 번도 얼음을 갈아본 적도 없고

이사할 때 빼고는 꺼낸 적도 없다.


남편은 그걸 뭐 하러 가지고 있냐고 핀잔주고

아들은 여름마다 빙수 만들어 먹자고 성화다.


'아끼면 똥 된다'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본래 쓰임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물건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지 싶다.


난 아끼고 있는 것이 아닌데!

눈으로 흡족해하며

언제나 바라보고 있는데 말이다.


다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닳지 않기 때문에

아쉽게도 나의 진심이 드러나지 않을 뿐...


올해도 쿄로짱은

어김없이 나와 무한 눈 맞춤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