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만 8년을 넘게 하고 결혼한 동갑내기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불같은 관계이다. 좋을 땐 이런 천생연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지만, 그만큼 다투기 시작하면 물불을 안 가린다. 결혼한 지 11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우린 유치한 자존심 싸움을 지속 중이다. 생각하는 것도 인생에서 지향하는 것도 무척 다르지만, 이런 사람들도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여줄 수 있는 예시가 바로 우리 같다.
계속 공부하고 내 일을 위한 시간을 더 할애하려는 내가 어색한 남편. 아이를 양육하고 살림을 하면서 내 꿈을 위한 노력까지 하려니 너무 힘들고 그런 내 맘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한 나. 응원하지만 속으론 자신의 얘기를 더 많이 들어주고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생각날 때마다 맛있게 끓여주는 나를 기대하는 남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연애 때 하지 않았던 밀당을 오히려 지금 한다. 그래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이 사람을 보면 미우면서도 급한 일이 있을 때 내가 첫 번째로 찾게 되고 의지할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오늘도 어금니 꽉 물고 밥을 한다.
가족이란 이런 것이겠지? 그래도 지금의 침대를 처분할 때 트윈 침대를 들이겠다는 나의 마음은 아직 굳건하다. 나만의 매트리스에 홀로 눕고 싶은 마음은 결혼 10년 차가 넘어간 아내라면 다 공감하지 않겠는가. 말은 이리 해도 여전히 10살 아들을 옆에 끼고 자는 나도 문제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