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숲 with IntoBlossom Sep 04. 2023

나에게 보내는 편지 #1

<별숲 에세이> 10년 후의 내가 보낸다


넌 멋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1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음에 칭찬을 보내.


강의도 하고 있고, 글도 계속 쓰고 있고

소중한 친구와 동료들이 함께라는 걸 전해주고 싶어.


동갑내기 남편과는 여전히 티격태격하지만

이제는 서로가 무뎌져서 콕콕 찌르려고 해도

둥글둥글 돌며 맞물려 더 이상 의미 없다는 걸

너희 둘 다 이미 깨달았으니까 안심해.


아들은 스무 살이 되었고

얼른 독립시키고 싶은 마음과

아직 코흘리개 아이를 보는 듯한 마음이

공존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를 믿어줘라.

당장 군대는 어찌 보낼까, 그거나 걱정하렴!



 

 연애만 8년을 넘게 하고 결혼한 동갑내기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불같은 관계이다. 좋을 땐 이런 천생연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지만, 그만큼 다투기 시작하면 물불을 안 가린다. 결혼한 지 11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우린 유치한 자존심 싸움을 지속 중이다. 생각하는 것도 인생에서 지향하는 것도 무척 다르지만, 이런 사람들도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여줄 수 있는 예시가 바로 우리 같다.


 계속 공부하고 내 일을 위한 시간을 더 할애하려는 내가 어색한 남편. 아이를 양육하고 살림을 하면서 내 꿈을 위한 노력까지 하려니 너무 힘들고 그런 내 맘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한 나. 응원하지만 속으론 자신의 얘기를 더 많이 들어주고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생각날 때마다 맛있게 끓여주는 나를 기대하는 남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연애 때 하지 않았던 밀당을 오히려 지금 한다. 그래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이 사람을 보면 미우면서도 급한 일이 있을 때 내가 첫 번째로 찾게 되고 의지할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오늘도 어금니 꽉 물고 밥을 한다.


  가족이란 이런 것이겠지? 그래도 지금의 침대를 처분할 때 트윈 침대를 들이겠다는 나의 마음은 아직 굳건하다. 나만의 매트리스에 홀로 눕고 싶은 마음은 결혼 10년 차가 넘어간 아내라면 다 공감하지 않겠는가. 말은 이리 해도 여전히 10살 아들을 옆에 끼고 자는 나도 문제긴 문제다.



 가족은 정갈하지 못하다.

정돈된 가족은 없다.

얽히고 치대고 복닥거리는 것이 가족이다.


서로에게 양분을 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10년 후에 좀 더 넓은 가족의 정원을 함께 꾸리며 나아가길.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보내는 편지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