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합니다.
나의 기록일지, 첫 번째 이야기
쓰기의 역사
나는 어릴 적부터 쓰는 행위를 좋아했다. 적당히 두툼한 종이에 내가 좋아하는 굵기의 손에 착 감기는 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갈 때의 차분한 감성이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초등학생 때도 방학이 끝나갈 무렵 몰아 쓰는 일기 빼고는 매일 쓰는 일기가 귀찮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학업에 치이고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일 만큼 공부한 걸 적고 또 적느라 다른 기록을 할 틈이 없었다. 대학생 때부터 십 년 가까이는 스케줄러에 짧게 일정과 할 일을 기록했다. 그러다 이왕 적는 데일리에 조금만 더 기록하면 하루 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매일 짧게라도 그날을 기록한 지 8년째다. 가끔 예전에 쓴 다이어리를 뒤적거리며 시시덕거리기도 하고 잊었던 흑역사를 떠올리기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골치가 아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기분이 좋아도, 슬퍼도, 결정이 힘들 때도 언제나 썼다. 그리고 여전히 쓰는 중이다.
브런치? 그거 먹는 거 아니야?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된 지는 꽤 오래됐다. 처음에는 사이트 이름 때문인지 글을 올리는 플랫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교사 작가가 쓴 글을 시작으로 이글 저글을 읽었다. 읽는 글마다 재밌고 공감이 돼 세상에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다고 느꼈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었다.
처음에는 브런치 운영 방식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보다 인터넷 윗길인 언니에게 혹시 브런치를 아냐고 물으니 '브런치? 거기 뭐가 까다롭다던데. 뭘 뽑는다는 거 같던데.'라고 대답을 하는 게 아닌가.
헐. 글 쓰는 사이트라면서 아무나 글을 못쓴다고? 기분이 별로였다. 게다가 실제로 글을 올리는 작가분이 다들 입이 떡 벌어지는 이력의 전문가, 예술적 감성이 넘치는 분들이었다. 소심한 나는 누가 밀지도 않았는데 제 풀에 넘어져 그다음부터 브런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브런치? 브런치는 먹는 거지!
정예서 함께 성장인문학연구원을 만나다.
나에게는 아무리 배불리 브런치를 먹어도 뱃속의 허기만 채워질 뿐 내 영혼의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긴 나날이 있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시고 동료 선생님께서 본인이 활동하고 계신 인문학 연구원을 소개해주셨다. 본인도 연구원에서 동기들과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내면이 단단해지고 상처를 치유했다고 하셨다.
독서라곤 고작 자기 계발서나 재테크 도서, 필독 도서 정도만 해온 내가 인문학이라니. 일기나 끄적이고 러브레터나 쓰던 내가 글쓰기라니. 고민이 됐지만 내 마음의 평안을 줄 수 있다면 그런 고민은 사치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결과는 대만족이다. 이제는 나에게 그리고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마음에 새기며 살게 됐다.
지금은 함성연에서 치유와 코칭, 인문의 숲 과정을 거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감사하게도 월요편지 필진과 케이피플 포커스에 교육에세이를 연재하는 기회까지 얻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데미안(Demian)』(1919)의 첫 구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