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독서력의 힘
패션처럼 교육도 유행과 트렌드가 있는데 한때, 중국어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중국어를 배우던 때가 있었다. 또 창의력이라는 단어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아이들이 컵을 컵이라 부르지 못하고 억지로 우주선이 떠오른다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곤 했다. 그 후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을 지나오면서 코딩과 AI가 대세가 됐으며 여전히 저 둘은 교육계의 큰 화두이다.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따라 교육의 흐름이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 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시각각 교육이 달라지니 학부모들도 아이들도 오락가락 불안한 마음만 커지기 일쑤다.
그렇다면 지금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 요즘 교육계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단어는 단연코 ‘문해력’이다. 서점에는 아이들의 문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서점가를 스쳐 간 수많은 교육 트렌드 중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반가운 흐름이다. 문해력이란 말 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교사들은 수년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체감하며 학습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문장이 길어지면 읽기를 포기하거나 읽더라도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어휘력, 속담이나 관용구에 대한 지식수준도 예전에 비해 매우 낮아져 단어 설명을 하느라 수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문해력이 낮아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독서, 바로 읽기의 부재인 거 같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만 보더라도 약 십 년 전쯤에는 쉬는 시간에 책에 푹 빠져 있는 학생이 학급의 3분의 1정도 됐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아이가 반에 두세 명 있으면 많이 있는 수준이다. 워낙 즐길 거리가 많아졌고 쇼츠나 릴스처럼 초 단위로 도파민을 뿜어대는 매체의 홍수 속에서 호흡이 긴 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지루한 취미가 됐다. 그러나 독서는 그 어떤 활동보다 자기를 성장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임을 수많은 연구 결과가 증명한다.
서섹스대학의 인지심경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박사는 독서를 통해 스트레스가 얼마나 감소 되는지 측정한 결과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감소하고, 심박수가 낮아지며 근육의 긴장도 풀린다고 말한다. 또 캐나다 요크대학의 심리학자 레이몬드 마르(Raymond Mar)의 연구에 따르면 책을 잘 읽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높고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신념을 관대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옥스퍼드대학 신경학의 명예교수인 존 스테인(John Stein)은 "독서는 대뇌의 운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서 중인 뇌를 MRI로 스캔하면 대뇌의 각 영역이 활성화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듯이 독서를 즐기는 아이의 학교생활은 확실히 다르다. 우선 전반적으로 학교생활 태도나 학업 성취 모두 우수한 편인데 이는 독서로 인한 문해력이 뛰어나 글을 읽고 주제나 작가의 숨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다. 시험을 볼 때도 문제가 원하는 정답의 방향을 정확하게 집어낸다. 또 생각이 깊고 유연해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소통하면서 자신의 의견도 조리 있게 내세울 줄 안다. 사용하는 어휘 또한 풍부해 표현이 다채로운 것도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자 힘은 인내심과 성실함이다. 독서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하는 일이기에 인내심과 성실함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활동이다. 독서를 통해 이런 습관을 들이면 평생에 걸쳐 유용하게 쓸 재산을 얻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무슨 일이든 성실하게 버티면서 하다 보면 결국에는 빛이 나는 법이니 말이다.
아이들은 조금만 북돋아 주면 금세 책 읽기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독서만큼 사람의 마음을 건강하게 가꿔주는 완벽한 취미는 없다. 이렇게 사는데 꼭 중요한 독서 습관. 이미 독서력의 힘을 알고 있다면 친구들에게 함께 그 힘을 길러 보자고 손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 또 이글을 읽는 어른들은 아직 책 읽기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각자 수준과 흥미에 맞는 책을 골라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그 초입을 잘 안내 해 주시길 바란다.
* 출처 : 한국의약통신(http://www.km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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