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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말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 들여다보기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by 별무리

올해 우리 학교는 겨울에 큰 공사를 앞두고 있어 학사 일정이 빨리 마무리된다. 다른 학교는 한창 학기 말 성적처리에 박차를 가할 기간인데 우리 학교는 종업식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도 나도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헤어짐에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지난주 하교 시간에는 ‘어떡해. 이제 진짜 5학년 곧 끝난다.’며 아쉬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도 일 년을 함께 지내온 아이들과 헤어지려니 그동안 우리 교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나는 우리 반에게 올 한해가 어떤 시간이었을지 알고 싶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선생님이 본인들 마음속에 심어주고 싶은 보석이 무엇인지, 내 가르침과 진심을 알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설문조사를 마치고 응답을 분석해보니 꽤 만족스러웠다. 일 년 동안 매일 같이 강조했던 것들, 일관된 기준과 엄격한 태도로 학생들에게 지도했던 것들을 아이들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관련된 설문 결과를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우리가 말 잘 듣는 것, 친구들한테 장난치기, 공부 열심히 하기, 우리가 발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우리 선생님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숙제 안 해오는 것, 예의 없는 것, 거짓말, 우리가 싸울 때’라고 적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여러분이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가?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고자 한 가치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거짓말 안 하고 성실한 사람, 멋지고 똑똑한 사람, 집중력과 노력, 배려심 있는 사람, 좋은 사람, 어른이 되면 올바르게 사는 것, 어른이 돼서도 성실한 사람’ 등으로 답했다. 이 답변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정직’과 ‘성실이었다.


우리 반의 답변을 보니 내가 쉬지 않고 했던 잔소리가 아이들 마음속에 작은 보석의 씨앗으로 자리 잡은 거 같아 조금은 안심됐다. 또 답변으로 적지 않았어도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6학년에 올라가서 혹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지켜줄 내면의 힘으로 작용할 거라 믿는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더 많은 추억을 남겨야겠다. 5학년을 마무리하는 우리 반 친구들의 소감으로 글을 마친다.


- 감사했다고 선생님께 말하고 싶다.

- 5학년 때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좋았다, 6학년은 더 성실해져야겠다.

- 5학년이 최고였고, 6학년도 좋았으면 좋겠다.

- 숙제가 많았지만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제 나는 솔직한 사람이 돼야겠다.

- 한자를 더 잘 알게 된 거 같다. 6학년 때는 친구들과 재밌게 지내야겠다.

- 벌써 끝난다는 게 이해가 안 가고 좀 더 열심히 살 걸 후회되기도 한다.

- 5학년이 1~5학년 중에 가장 빠르게 지난 것 같고 6학년 땐 5학년보다 잘 생활하자.

- 얼마 안 남았지만 친구들과 선생님 덕분에 너무 잘 지낸 것 같아요. 6학년 친구들이 궁금해요.

- 5학년을 잘 보낸 것 같다. 6학년에는 교실이 5층에 있을 것이니 하체를 더 튼튼하게 해야겠다.

- 6학년은 5학년보다 더더욱 열심히 수업을 집중해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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