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 선택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진로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학교에서는 표준화 검사를 통해 아동의 적성과 성향을 분석한다. 그리고 교과 수업에서도 일과 직업의 의미 알기, 다양한 직업의 종류 알아보기,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생각하기, 나의 적성과 흥미 찾기 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한다. 나 역시 아이들과 진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대부분 사람이 직업을 선택하는데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요소가 ‘적성’과 ‘흥미’이므로 해당 단어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았다. 먼저 적성과 흥미의 정의를 알려주고 그 둘을 구분했다. 그 후 ‘본인이 소질이 있는 일’과 ‘본인이 재밌어하는 일’을 잘 알고 있는지를 물으니 다들 자신 있게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의기양양한 아이들의 대답에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도 한 번쯤 해보는 그 고민. 내가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지 말이다. 내 고등학교 은사님 중 한 분은 네가 좋아하는 것도 직업이 되면 그 마음이 사라지고 오히려 싫어질 수 있으니 좋아하는 일은 직업 이외의 것으로 남겨두라고 조언해주신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일 대 잘하는 일 그것이 문제였다.
우리 반은 이 난제에 뭐라고 답할까. 처음 이 질문을 던지니 아이들은 괴로워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자기 의견을 정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23명의 아이 중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사람은 8명이었다. 약 두 배에 달하는 나머지 15명은 잘하는 일을 선택했다. 왠지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무조건 우선순위로 둘 것 같았는데 내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각각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직업을 정할 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삶의 이유와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 삶의 가치가 떨어지고 우울해진다, 좋아하는 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잘하게 된다, 아무리 잘해도 행복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된다, 잘하는 일은 흥미가 없기에 오히려 실력이 줄어들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은 꾸준히 할 수 있다, 재미가 있어야 잘하게 된다.’라고 답했다.
잘하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좋아는 하지만 재능이 없는 일을 하다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잘하는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시간이 있을 때 좋아하는 일에 투자할 수 있다, 잘하는 일을 본인이 잘하니까 자부심을 느끼며 좋아하게 된다,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도 결국 하다 보면 지루하고, 못해서 해고당할 수 있다, 잘하는 일을 해야 돈을 더 잘 번다.’라고 답했다. 잘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고 하는 아이들이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돈’이었다. 그리고 그 돈을 통해 행복과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대답을 보니 나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잘하는 일을 좋아하기까지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가 어렵다는 게 실감 났다. 나도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다 혹은 좋다’라고 이야기해줄 수가 없었다. 당연하다.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열심히 일하고 계신 독자 여러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실지 잘하는 일을 하고 계실지 궁금하다. 그리고 자녀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냐고 물으면 어떤 조언을 건네실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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