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의 가장 난폭한 책 추천사
여전했다. 서서 비행의 그는. 여전히 괴팍한 농담과 본인 혹은, 아주 약간의. 그러니까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을 제외한 '독특한'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미션 같은 문장들을 내던지며 여전히 그는, 결론적으로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읽고 싶게 만들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를 문장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책을 끝까지 읽어내지 않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열흘간 품에 안고 다닌 이유는 그가 금정연이기 때문이었을 터다. 금정연이라는 서평가에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첫 책 '서서 비행'때문은 아니고 (물론 그 책을 재밌게 읽었고- 그때에도 똑같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지간에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고 생각했었다.) 그가 어떤 문학상 작품집에서 '에반게리온'을 들먹이며 여전히 '웃기게' 써 내려갔던 평론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나에게 평론까지 웃기게 쓰는 '재밌는 작가'였고 그리하여 나는 이 책 역시 결국은 재미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열흘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실제로 낄낄대며 글을 읽어 내려간 것도 사실이다. 이해해서 낄낄댄 게 아니라 이해가 안 가서 낄낄댔다고 말해야 더 솔직하겠지만.
10명의 작가들의 책을 정말이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고, 몰랐지만 그래서 더 낄낄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간질간질 나의 무지를 약 올리며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진짜 게 아니게, 놀려대는 것 같은 그의 고약한 농담에 웃고 있는 내 스스로가 자존심이 상해서, 뒤로 갈수록 진짜로 책을 읽고 싶어 지게 된 것을 보면 그는, (지금은 비록 퇴사했다 하지만) 내추럴 본 도서 MD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이지 책 제목 그대로 ‘난폭’하기 짝이 없게- 마치 멱살을 잡혀 질질 끌려가듯이 무릎 꿇린 채 ‘읽어! 이래도 안 읽을 테냐!’하고 혼나듯 소개받은 10명의 작가들 중 누구 하나 쉽사리 다가서지 못할 것 같지만, 아. 음. 그래도 이대로 라면 너무 자존심이 상하니까 일단 ‘걸리버 여행기’부터 읽어볼까 싶다.
그렇기에 우리 마음의 드라마는
사랑과 증오와 실망과 기대를 함께 품은
이유 없는 불안과 근거 없는 희망을 쉼 없이 왕복하는 그 이야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의 남들과 다르다는 똑같은 믿음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