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문제. 알면 더 문제. 어느 쪽이라도, 당신은 나쁩니다.
어려운 경제용어들이 난무하지만 센스있고 위트있는 편집으로 이 난관을 극복하고있는 영화 빅쇼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용이 좀 어려운데다가 그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마냥 웃고 앉아있기엔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이러한 내용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도 어찌보면 능력일터. 해학이 넘치는데다 속도감이 느껴지고 적절한 음악 활용에 화면 커트들 덕에 지루함을 느낄 새 없는 2시간이 즐거운 영화였다. 웃음 포인트 중 최고는 스티브카렐의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 이 거대한 도박판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그 표정. 이게 말이 돼? 이런 상품을 정말 팔고, 샀어? 라는 어이없어하는 그의 표정은 그 상황의 아이러니함 때문에 오히려 웃음이 터졌다.
이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약정이 두꺼우면 의심부터하고봐라, 금융권 인간들을 믿지 마라 정도인가. (틀려...) 정말 재밌게 보았고 나름 영화를 보는 중에는 아 나 이제 경제 잘 알것 같아,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가 끝나고나니 그것은 착각이었음이 밝혀졌고 정말이지 누구라도 경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붙잡아다 앉혀놓고 과외라도 받고 싶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능력없는 사람들한테까지 무분별하게 대출을 내 줬다가 안정자산이라 생각했던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걷히면서 시작된 전 세계적 경제위기의 시발점, 이라는건 알겠는데. 그러니까 쟤들이 어떻게 돈을 번건지 모르겠다고. (...) 경영학도분들, 당장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영화관으로 가십시오. 여기 여러분의 잘남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미 일본의 버블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으로 우리는 무분별한 금리인하와 그에 따른 폭주기관차처럼 늘어가는 가계 빚 증가가 결국 어떠한 곳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5~6년간의 한국을 보면 일본 버블 붕괴 직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어서 소름이 돋는다. 몰라서 이런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 한다면, 그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이정도로 무능하다는 것 자체가 죄이며, 알고도 이런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면 그 악랄함 역시 용서받지 못할 죄 일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나쁘다. 정책을 만드는 당신도, 승인하는 당신도. 알던 모르던간에 나쁘기 그지 없는 것이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공부하는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러니까... 경영학도분 계시면 어서 오셔서 제 앞에서 그 잘남을 맘껏 뽐내주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