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보이는 사물을 정리하는 것보다 온라인의 기록들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은 이유 없이 컴퓨터를 포맷하고 새롭게 세팅을 한다. 지난 파일들을 날짜별, 주제별로 분류를 다시 하고 이것저것을 정리한다. 또 새로운 어플이 나오면 그동안 모았던 정보들을 모두 이전한다. 한 번 시작된 정리는 오랜 시간 동안 끝이 나지 않아 하루 종일 정리를 하고 있을 때가 많다.
특히 사진을 정리할 때에는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어지럽게 흩뿌려 있는 사진을 보니 정리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카메라가 있으니 점차 사진의 양이 많아져 이대로는 평생 정리를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큰마음 먹고 사진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약 500GB의 사진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진들이 대다수였다. 분명 내가 찍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니.
문득 내 머릿속 용량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주 중요한 기억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방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기억들은 금방 휘발된다.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듯 용량을 늘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도 매우 피곤한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기억은 휘발되니 좋은 점이 있었다. 이전에는 별로였던 사진과 글들이 새롭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이 글도 이전에 썼던 글인데 다시 보니 괜찮아 다듬어서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