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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Apr 29. 2020

배려심


1.

배철수의 음악캠프 특집을 보니 30년을 함께한 파트너가 있었다. 바로 김경옥 작가다. 한 땀 한 땀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서 글을 쓰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흔한 노트북을 쓰지 않고 정석대로 원고를 쓴다. 만년필로 꾹꾹 눌러쓴 그의 원고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수정액으로 수정할 법도 하지만 종이를 오려 붙여 수정한다. 대단하다. 자극을 받아 나도 똑같이 만년필을 잡고 노트에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노트북 타이핑보다 반응속도가 느려서 생각하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김경옥 같은 대 작가도 종이와 펜을 이용해서 글을 쓰는데 나 같은 애송이가 노트북으로 두드린다는 게 참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경옥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30년을 함께한 파트너가 나에게도 남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인생을 살아봐야, 세월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있었으면 좋겠다. 상대방의 실수에도 멋있었다며 새로운 시도였다며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사람, 바닥으로 떨어져서 괴롭고 슬플 때 '힘내라'라고 하기보다 '어떻게 되었든 너와 함께 갈 거야'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주위에 그런 사람을 두고 싶다.


2.

즐겁고도 괴로운 넷플릭스 정주행을 끝내고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드라마를 본방사수를 하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나올뿐더러 일반적인 의사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 특히나 오늘은 감동적 이어서 오랜만에 눈물이 고였다. 이익준이라는 의사가 맡았던 환자가 수술 후 퇴원을 했다. 마침 어린이날이라 어린 아들과 함께 나들이를 간다고 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랐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온다. 그리고 뇌사 판정을 받아 장기를 기증하게 된다. 하필 그때는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의사였더라면 뇌사 판정을 받고 바로 이식 수술을 했겠지만, 이익준은 달랐다. 평생 아이에게 남을 아버지의 죽음을, 어린이날에 남게 할 수는 없었다. 5월 5일 11시 50분에 수술을 할 수 있었지만, 5월 6일 5분에 수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아이의 아버지는 5월 6일 5분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 아이는 어린이날을 어린이답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사소하면서도 인간적인 배려심.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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