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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수 Aug 14. 2022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임팩트 디자인 시리즈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배리어프리 디자인과
최대한 다수가 쓸 수 있는 범용성을 강조한 유니버설 디자인


배리어 프리 디자인 Barrier-free Design, 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 용어는 들어보셨을 텐데요. 인클루시브 디자인 Inclusive Design 이란 용어는 사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단어입니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설명하기에 앞서 두 용어를 먼저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배리어 프리 디자인은 1970년대 ‘장벽 없는 건축설계’의 일환으로 태생된 용어로 건축을 중심으로 장애인이 접근하는 물리적 환경에서의 장벽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디자인입니다. 예를 들어 건축물의 주출입구가 계단으로만 되어있다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접근이 불가능한 공간이 되어버립니다. 혹은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높은 문턱, 휠체어 방향을 바꿀 수 없는 좁은 복도, 손으로 밀어야만 열리는 문도 장벽이라 할 수 있겠죠. 기존의 건축물은 서서 생활하는 사람, 혹은 시력이 좋은 사람 등 '보편적인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가 맞춰져 왔습니다. 따라서 배리어 프리 디자인은 이러한 장벽들을 제거하고자 합니다. 


배리어 프리 디자인은 보편적인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었던 
건물이 주는 장벽에 대한 제거로부터 시작된다.


건물의 주출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다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들어갈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된 것이 배리어 프리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단어로, 장애, 성별, 나이, 신체적 차이 등에 제약을 받지 않고 누구나 쓸 수 있는 범용적인 디자인을 뜻합니다. 소아마비로 본인 역시 평생 휠체어를 타야만 했던 건축가 로날드 메이스 Ronacld Mace가 정의하였는데요. 그가 몸담았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유니버설 디자인 센터에서는 1997년 다음과 같이 일곱 가지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정립했고, 이후로도 많은 곳들에서 인용되고 있습니다.


공평한 사용 Equitable Use
유연성 있는 사용 Flexibility in Use
단순하고 직관적인 Simple and Intuitive
인지 가능한 정보 Perceptible Information
오류 혹은 실수에 대한 관용 Tolerance for Error
최소한의 물리적인 노력 Low Physical Effort
사이즈나 공간에서 적합한 접근과 사용성 보장 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용을 위해 적응이 필요하거나 특수하게 제작된 것이 아닌
가능한 한 모든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디자인이다.
로날드 메이스, 1985



위 일곱 가지 원칙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유니버설 디자인은 주로 제품, 공간 디자인에 한정되어 사용되어 왔는데요. 2005년 미국 장애인법 ADA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서비스 또는 시스템을 만드는 전자 기반 프로세스'라고도 정의를 내렸습니다.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서비스나,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죠. 


디자인 사용범위 측면에서 최대한 많은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으면서 특정한 사용자(장애인 및 노약자)가 적응하는 물리적인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따라서 '장벽에 대한 제거'가 우선이었던 배리어프리 디자인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장벽에 대한 제거는 기본이고 '범용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옥소 창립자 샘 파버 Sam Farber가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만든 감자칼 ©Oxo


20세기말 디자인의 아이콘과 같은 옥소의 굿 그립스 Good Grips 시리즈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90년대, 옥소의 창립자인 샘 파버 Sam Farber는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사용이 편한 새로운 감자칼을 고안해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관절염 환자를 위한 감자칼' 대신 ‘모두를 위한 감자칼'이라고 홍보했지요. 곧 그립감이 좋은 새 감자칼을 많은 사람들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샘의 아내도 포함해서요.



디지털 기반의 현대 사회에서 탄생한 인클루시브 디자인 


다양성이 중시되고 있는 디지털 기반의 현대 사회에서 탄생한 개념인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포용하는’ 또는 ‘포함하는’이라는 인클루시브의 뜻 그대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을 존중하는 디자인 방법론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신체적 특성, 성별, 나이 등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적용범위는 물리적인 제품과 환경에만 제한되지 않습니다. 서비스와 시스템적인 영역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의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었던 배리어 프리 디자인이나 주로 제품과 환경의 범용성을 강조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주요 요소는 ‘사람’입니다.  배제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의 사용성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다양한 사람들의 사용성을
 존중하는 디자인 방법론을 뜻한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과 같이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배제되고 있던 것들에 대한 인지 Recognize exclusion
다양성에서 배움 Learn from diversity
한 사람을 위한 솔루션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으로 Solve for one, extend to many


흔히 제품을 개발할 때는 이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타겟 유저의 사용자 경험에만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최근에는 접근성 Accessibility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시각장애인을 위해 대체 텍스트가 잘 달려있거나 메뉴 구조가 음성으로 읽기 쉽게 되어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꽤 있지만, 아직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눈으로 보면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만 염두에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각장애인 혹은 손으로 직접 터치하기 어려운 여러 장애인의 사용자 경험이 배제되는 것이죠. 인클루시브 디자인에서는 이러한 배제를 인지하고 오히려 이들의 사용자 경험에서 배움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가령 저시력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 중 색상 구분이 어려운 사람의 사용성을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명도 차이가 뚜렷한 버튼 컬러를 만들 수 있고, 이들이 직관적으로 버튼을 누르기 쉽도록 화면 레이아웃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편리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장애를 가진 사람뿐 아니라 눈이 침침한 어르신들, 나아가 비장애인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이것을 인지하고 기획, 개발, 피드백 등 제품 개발의 총체적인 단계에서 기존에 배제되었던 사용자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인클루시브 디자인입니다. 


배리어 프리 디자인과 유니버설디자인이 주로 '결과물'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비해,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결과물뿐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가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몇 달 전 인터뷰를 했던 구글의 제품 포용성 총괄인 애니 장 바티스트 Annie Jean Baptiste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이 "제품 개발의 모든 과정을 포용적인 렌즈 Inclusive Lens를 갖추고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할 지표인 것이죠.  제품 단가처럼요. 아래는 구글의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여러 피부색을 지닌 사람을 개발과정에 함께 참여하여 만든 인클루시브 디자인 사례 구글 듀오 ⒸGoogle


기존에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의 얼굴이 원래보다 훨씬 어둡게 묘사되거나 되려 반짝거리게 표현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흑인의 경우, 배경보다 얼굴이 어둡게 표현되는 바람에 졸업사진을 망쳐버리는 일도 있었고요. 구글의 이미지 퀄리티 엔지니어 피터 셔먼 Peter Sherman은 카메라 렌즈가 이미지를 얼마나 잘 잡아내는지를 테스트하다 테스트 진행자 두 명이 모두 백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에 여러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렌즈의 센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덕분에 구글의 휴대폰 카메라는 다양한 사람들을 정확하게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글의 포용성 제품팀은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글 직원 2000여 명을 인클루젼 챔피언 Inclusion Champion으로 모아 사용자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비디오 챗 앱인 Duo는 앱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양성이 고려되었는데요, 해당 앱의 Low Light Mode를 사용하면 조명이나 피부가 어둡더라도 화면에 잘 담길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을 위한 솔루션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으로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을 목표로 합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특별한 한 사람을 위한 솔루션이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여행을 위해 캐리어를 끌고 이동을 해 본 경험은 대부분 가지고 계실 텐데요. 어딘가로 이동을 할 때 한 손 또는 양손의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면 여러 제약사항이 생깁니다. 짐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버스 승차할 때를 생각해봅시다. 버스 카드를 태깅하기 위해서 우리는 일시적으로 양손의 짐을 내려놓고 주머니 속에서 카드나 핸드폰을 꺼내야 합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탑승하는 이들의 경험은 이와 유사하면서도 더 많은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버스에 어떻게 올라탈 것인가? 에서부터 시작하죠. 또한 버스 내 안전하게 이동하고 서 있을 수 있는 동선, 태깅 가능한  높이에 있는 카드단말기,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충분히 손을 뻗어 누를 수 있는 하차벨 등 인체공학적으로 더 세밀하게 요소를 반영하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휠체어를 탄 이들을 고려하여 버스를 디자인한다면 여행 캐리어를 끌고 버스를 탑승하는 사람들에게도 편안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고려하여 버스를 설계한다면 짐을 들고 있는 여행자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배리어프리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인클루시브 디자인 


배리어 프리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인클루시브 디자인 모두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같습니다. 사용성에 있어서 차별이 없어야 하는 것이죠. "이건 인클루시브 디자인이고, 배리어 프리 디자인은 아니야" 이렇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지금처럼 혼용해서 사용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 유럽에서는 인클루시브 디자인 또는 디자인 포 올 Design for All을 최근 들어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업 정책적 측면에서 다양성 Diversity 및 포용성 Inclusion 이슈가 강하다 보니 인클루시브라는 단어 자체가 꽤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느낌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제품, 서비스 개발의 모든 과정에서포용적인 시선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대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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