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미션잇 법인을 설립한 지 만 3년이 되었다. 2021년부터 꾸준히 글을 쓰고 싶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다.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를 다섯 권 발행하며 매번 글을 쓰고 다듬는 작업이 일상이다 보니 번외로 글을 쓰는 것은 솔직하게 현기증 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창업을 결심하게 된 초심과 지난 3년 간 겪은 고비의 순간들을 글로 정리하는 회고의 시간이 나를 살리는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글을 다시 쓰고자 한다.
일전에 써놓은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선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선교는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2016년 단기로 다녀온 방글라데시 선교가 나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당시에 아내가 초기 임산부에 입덧도 심했던 터라 과연 해외로 나가는 것이 맞는 결정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믿음 좋은 지인들조차 "나중에 컨디션 좋을 때 가도 된다"며 만류하였다. 우리도 계속 기도 중이었는데 아내와 내가 각각 기도 응답을 받게 되었고 확신을 가지고 방글라데시로 떠나게 되었다.
아시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의 치타공은 상상해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세계의 폐선박들이 모이는 곳. 선박 해체라는 극한직업과 길거리의 열악한 환경. 폭격을 맞은 것처럼 부서져있는 건물들. 나의 지난 삶은 우물 안 개구리와 같았음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그리고 궁금증이 떠올랐다. ‘이런 곳에서 사역하고 계시는 선교사님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걸까?’,’왜 이렇게 험난한 길을 가시는 걸까?’. 선교사님은 ‘하나님께서 시키시면 화장실 청소라도 하겠습니다’라는 순종의 마음으로 정말 아무것도 없이 이곳으로 오셨고 부부가 함께 30년간 사역을 이어나가고 계셨다. 이분들은 가진 재능과 시간, 정말 생명까지 모든 것을 주께 드리는 삶 그 자체였다. 100% 헌신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 선교 훈련 중 알게 된 비즈니스 선교(Business as mission)라는 개념은 내가 실질적으로 선교의 통로가 될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가진 재능을 통해 선교사님들을 후원하고 또 현지인들을 고용하고 양육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뤄가야 할 사명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선교적인 가치를 담은 사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찾아보던 중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전문적으로 이 분야를 연구해 보기 위해 원래 합격해 놓았던 디자인 대학원을 포기하고 사회적 기업가 정신 Social Entrepreneurship 학과를 1년 미뤄 진학하기로 했다.
그리고 선교에 대한 사명감이 생기자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선교와 관련된 만남을 주셨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각장애인 인터뷰가 필요한 적이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남산 시각장애인 마라톤 훈련에 방문했는데 시각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계시는 은퇴선교사님과 선교후원을 오랜 기간 해오고 계시는 시각장애인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선교 이야기만 실컷 했던 적이 있다. 이후 소개와 소개를 거듭해 말레이시아 선교사님, 중국 선교사님과 식사자리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더 깊게 ‘선교사란 어떤 삶을 사는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하나님 말씀 하나에만 순종하여 묵묵하게 걸어가시는 분들을 보며, 그리고 나 같은 청년에게도 항상 겸손하고 깍듯하게 대하시는 모습에 진심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오직 삶으로 드러내는 것임을 깨달았다. 2016년, 그렇게 비즈니스 선교에 대한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