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래 Feb 23. 2024

제 3자의 등장

끝이 아닌 시작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

조사가 시작되고 마무리되기까지 두세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결과는 혐의 없음이었다.

이 결과를 듣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가. 나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았다.

마음만큼은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내가 상담과 정신의학과를 다니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가쁜 숨을 참아가며 버텨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사를 담당하시던 기관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모든 걸 공개하면 안 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려 말할 수밖에 없다며 시작하신 이야기는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유정이 어머님은 누군가의 말을 듣고 나를 신고하셨다.


사실 첫 조사를 받았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조사내용에서도 유추할 수 있었고 유정이가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아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누군가 유치원 내부의 이야기를 전했구나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조사를 받으며 내 마음이 더 힘들었던 것에는 이 이유가 한몫을 했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나에게는 상처로 남아있는 이야기를 꺼내야 했기 때문이다.


대상이 특정지어질 수 있어 제3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기 어렵지만 이것만은 명확히 말할 수 있다.

그분은 한때 유치원에서 근무하셨으나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이신 분이었다.

여러 과정들을 겪으며 그분이 변화되길 바랐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고 마무리까지 좋지 않았다.

그분과 함께한 시간은 모두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다.


기관 측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유정이 어머님께서 많이 충격을 받으셨어요. 유치원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어 하셨지만 사과를 하고 말고는 유치원의 재량 같습니다. 저희들이 보기에 유치원에서 중재를 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어 보여서요."


말문이 턱 막혔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유정이 어머님은 그 제3자를 신고한 상태이고 제3자는 여전히 내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나에 대한 조사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제 끝이 나나 했더니 다시 시작이었다.


그분과 함께 일하며 관리자로부터 들어온 모진 말들이 생각남과 동시에 유정이 어머니께 어떤 방식으로 사과를 드려야 할지 생각하니 또 다시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익숙해진지 꽤 되었기에 나는 아무렇지 않게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미션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