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미래 지향적인 나에게

영진해변 노을 앞에서

by 최벼리

돈도 쓸 줄 아는 사람이 쓸 줄 알고, 여행도 다녀 본 사람이 안다고 했다. 분명 여행을 왔는데도 즐기지 못하는 듯 불편한 기분이었다. 그걸 알아차린 건 여행 둘째 날 카페에 갔을 때였다. 회사에 사가지고 갈 기념품이 마땅치 않아 핸드폰으로 계속 '강릉 기념품'을 검색하던 나의 모습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나니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이 다급한 모습이 우스워졌다. 확실하지 않다면 불안을 느끼는 성격 탓이었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쳐서 쉴 법한데도 계속 스스로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음 코스!' '넥스트!' 도대체 명령을 내리는 진정한 주체는 누구인가. 그럴 기꺼이 따르는 육신도 멍청하기 그지없다.


오션 뷰 숙소 안 침대에서도 열심히 검색을 한다. 서울역 트레인메이츠, 그럼 내일 청량리역에서 내려서 서울역을 가는 길을 알아놔야지. 지하철 몇 분 걸리더라.


꿈에 그리던 오늘을 맞이한들 그 순간 오늘은 온 데 간데없고 내일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창 너머 보랏빛 석양이 눈에 들어왔다. 핸드폰을 내려두고 창문을 열었다. 파도 소리에 멍해진 나는 모든 걸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누가 다그치는가. 이렇게 풍경을 응시하는 몇 분간도 아무 의미 없다 하는가. 보랏빛 하늘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는 과정을 내 눈에 담았는데 무슨 결과물이 필요한가.


지나치게 미래 지향적이었던 나의 걱정은 지금의 행동과 현재의 풍경 그리고 오늘이란 시간이 잔잔하게 흘려보낼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순간에 집중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