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A가 연말연초에 출근하는 이유
12월 마지막 주, BP&A 담당자들은 새해 첫날 업무를 준비한다. 휴일이지만 필수 근무다.
연말 연초가 되면 BP&A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바로 다음 회계연도의 ERP를 셋팅하는 것이다.
회계연도가 넘어가면서 셋업된 수치들의 재검토를 통해 업데이트가 필요한 항목들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충당금 설정 비율
- 새로운 회계연도 원가 반영
- 품목별 Cost allocation 비율 재설정
이 중 원가와 Cost Allocation은 BP&A에서 진행한다.
현재 회사는 SAP를 사용하고 있고, SAP의 관리회계 모듈에 해당하는 CO 모듈에서 그 두 가지 업무가 이루어진다.
1. 새로운 회계연도 원가 반영
AOP (Annual Operation Plan; 연간 운영 계획) 1차 제출이 완료될 즈음, 본사 Costing team을 통해 내년도 원가 draft version이 전사 Costing 시스템에 업로드된다.
각 마켓(나라별 지사)에서는 전년도 원가와의 비교, 원가 세부 항목 등을 검토하여 특이점을 확인한다.
또한 다음 회계연도에 Sales forecast 수량이 있는데 원가가 누락된 제품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후 본사 Costing team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누락된 제품 추가 업데이트, 잘못된 원가 수정 등이 이루어져 final version의 원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올해의 경우 2025년에 $180이었던 제품의 원가가 draft version에서는 $350, final version에서는 $2로 확인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Final version이라고 안내 받긴 했지만, 정상적인 숫자로 보기는 어려워 Costing team에 다시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시스템 오류로 밝혀져 다시 2025년 수준의 원가로 수정되었다.
공장, Costing team, 각 마켓이 함께 하는 업무이니만큼 무조건 시스템에 로딩된 숫자를 믿을 것이 아니라, 거듭 검증해 보고, 문제가 있다면 제기하는 것이 BP&A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문제를 제기해 두어야 나중에 이슈가 되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원가가 확정되면, 내년도 시작부터 해당 원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SAP CO 모듈에 정해진 엑셀 템플릿을 사용하여 업로드한다. 내년도 주문이 들어오기 이전에 이 모든 것이 셋팅되어야 하므로, 엑셀 템플릿은 12월 마지막 주 전에는 준비가 되어야 하고 업로드는 무조건 1월 1일에 해야하므로 휴일 근무는 필수이다.
현재 회사에서는 각 마켓에서 엑셀 템플릿을 준비하면 인도의 Global Business Service 팀에서 업로드를 해준다. 업로드 이후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나 또한 1월 1일 근무는 당연하다.
2. 품목별 Cost Allocation 설정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 외에도, 관리회계 측면에서는 각 제품별 손익계산서를 검토하는 일도 중요하다. 제품별 손익계산서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Profit Center"라는 개념을 통해 제품, 품목 등을 Grouping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 내 각 조직들에서 사용한 비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부서 혹은 팀별로 "Cost Center"를 부여한다. 나는 Cost Center의 개념을 쉽게 '주머니'라고 표현하는데, '돈을 누구 주머니에서 쓸건데' 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Cost Allocation의 목적은 input (인력 투입 시간 등) 혹은 output (매출)이라는 특정 기준에 비례하여 공통 비용을 분배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만을 영업하는 Sales 직원의 인건비는 해당 제품에만 allocation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보통 한 사람이 하나의 제품만을 영업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을 세울 때 전체 Sales 직원 수를 각 제품에 분배하는데, allocation되는 직원의 수가 반드시 정수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현재 회사에서는 Sales, Marketing, Medical 부서의 비용만 인력 투입 시간 기준으로 비용을 분배하고, 나머지 부서는 매출액에 비례하여 각 제품(Profit center)에 비용을 분배한다.
인건비 외에도 사무실 임대료, 전사 행사 비용, 소모품비 등 전사적으로 사용한 비용은 먼저 직원 수 비율대로 각 부서의 Cost center에 분배한 이후, 부서에 따라 인력 투입 시간 혹은 예상 매출액 기준으로 각 Profit center에 분배한다.
예전에는 이 작업을 엑셀 템플릿으로 작업하여 매뉴얼로 ERP에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SAP CO 모듈에서 사전에 셋업만 해두면 월 마감 시 시스템을 돌려 편리하게 비용 분배를 진행할 수 있다.
보고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위하여 이 분배 비율은 매년 예산을 세우는 시기에 다시 정하고, 연초에 시스템(SAP CO모듈)에 셋업한다.
이 비율을 보면, 회사가 어느 제품/제품군에 집중하는지 그 트렌드를 읽을 수 있어 재미있다. 아무래도 더 성장시키고자 하는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예산을 세우면서 이 비율이 적정한 지 검토하여 매니지먼트와 부서장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BP&A의 중요한 역할이다.
"CFO가 되려는 자,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라는 생각으로, 2025년을 마무리하고 이렇게 2026년을 시작해본다.